160329 파타고니아 W-Trek 1 <칠레>
W-Trek 1일차
구간 : 토레스 산장 ~ 토레스 전망대 왕복 / 20 km / 8시간 30분
경로 : Regugio Las Torres(110m) ~ Refugio Chileno(406m) ~ Mirador Base de las Torres(860m) 왕복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트레킹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1. W Circuit : 토레스 전망대, 프렌치계곡, 그레이 빙하의 세곳를 연결하는 `W`자 형태의 트레일을
보통 4박 5일에 걸쳐 71 km를 걷는 트레킹으로 95 퍼센트가 선택
2. Big Circuit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한바퀴 완주하는 110km를 걷는 트레킹으로 보통 7박 8일 정도 소요된다
난 이 둘 중 파타고니아 트레킹의 대명사격이라 할 수 있는 W Circuit를 걷는다
W 트레킹은 동서 어느쪽에서 시작하든 도중의 산장과 캠핑 사이트를 이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난 서쪽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가는 형태로 진행한다
오늘 1일차의 일정은 토레스 산장에서 토레스 전망대까지 왕복하는 것이다
< 1일차-적색선 구간 왕복 >
<gps트랙 >
토레스 산장을 나서며 고도를 보니 110m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페루와 볼리비아의 고산지대를 벗어나 파타고니아의 땅에 섰음을 실감한다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들판 저멀리 만년설을 두텁게 인 알미란테 니에토 산이 눈에 들어온다
< 알미란테 니에토 산(Monte Almirante Nieto) >
날씨는 흐려있다
오늘 트레킹의 최대 관심사는 토레스 전망대에서 토레스 삼봉을 볼 수 있느냐 이다
대개 산중 날씨가 시시각각으로 변하지만 특히 파타고니아의 날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알미란테 니에토 산에 걸터앉은 쌍무지개가 길조를 의미하는 듯하여 잔득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여기서는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파타고니아이니까...
< 쌍무지개 >
잘 가꾸어진 펜션같아 보이는 토레스호텔을 우측에 두고 트레일을 따른다
< 토레스 호텔(Hosteria las Torres) >
아센시오 강을 건너 트레일은 강 좌측을 따라 서서히 오르막길로 변한다
< 아센시오 강(Rio Ascencio) >
W 트레킹 동안 계곡물은 언제나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
저멀리 니도데콘도르 봉우리가 잘 보일 때쯤 트레일은 아센시오 강을 다시 건너 칠레노 산장으로 이어진다
< 니도데콘도르 봉(Co Nido de Condor) >
칠레노 산장 앞 탁자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점심이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거나하게 펼쳐놓은 산해진미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런 건 꿈도 꾸지 못할 이야기이다
점심은 산장에서 준비해주는데 햄이나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 1개, 사과 1개, 견과류 등이다
아무 것이나 잘 먹어야 할 판에 나의 식성은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
설사는 계속되고 체중은 5kg이나 빠져 시도때도 없이 흘러내리는 바지를 추슬러야하면서도....
나도 정말 식탐 좋은 남자이고싶다 !!!!!
< 칠레노 산장(Refugio Chileno) >
칠레노 산장을 지나며 트레일은 다시 아센시오 강을 건너 강 좌측으로 이어진다
< 토레스 캠핑장을 지나며 >
< 니도데콘도르 봉 >
< 철의 여인들, 암벽 등반을 즐기는 여자같지 않은 당찬 여자들 >
토레스 캠핑장을 지나면서부터 트레일은 꽤 가팔라지는데 온통 모레인 지역이다
모레인(moraine)은 빙하가 녹아내리며 침식된 암석과 모래 등으로 이루어진 빙퇴석을 의미한다
이곳의 모레인은 워낙 범위가 넓고 높아 그 자체로 하나의 산을 이루었다
모레인의 막판 가파른 경사면에서 사십 분 정도는 땀깨나 쏟으며 올라야 한다
트레킹 시작 약 4시간 정도 지나 모레인 정상의 전망대에 올라서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그동안 사진을 수없이 보며 예상했던 모습과는 비교도 되지않을 대장엄의 경관이다
억겁의 세월 동안 깍고 다듬은 조물주의 위대하고 장엄한 창조물이 아니고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관이다
조물주는 빙하의 칼날을 벼리고 벼려 신장 2,000m의 조각상 3개를 나란히 완성시켰다
토레스 3봉(Torres del Paine)의 완전체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의 충격은 너무나 극적이다...
제멋대로 박동질하는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벅찬 감동에 진저리치며 한참을 멍하니 아무 짓도 할 수 없다
일종의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me)이다
스탕달 신드롬은 예술 작품을 본 사람이 충격과 감동으로 인해 격렬하게 흥분하거나 어지러움증 등을 느끼는 증상이다
인생은 숨 쉬어온 날들의 합이 아니라 이렇듯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순간들의 합이어야 하거늘......
새까맣게 그을린, 억세고 강인한 근육질의 세 남자가 다이빙대 위에 올라 시리도록 푸른 바닷물을 향해 뛰어내리려 하는 듯도 하다
빙하의 힘이 얼마나 강력했으면 이렇게 엄청난 화강암 바위를 진흙 주무르듯하여 탑을 세개나 만들었을까
아니 빙하의 힘을 이겨내고 2,000m의 높이를 지켜낸 화강암이 더 강력했던 것일까...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원주민의 테우엘체(Tehuelche)어로 Torre는 `탑`의 의미이고 Paine는 `푸른`의 의미이니
Torres del Paine는 `푸른 탑들`이란 뜻이 된다
물론 현재보다 더 많은 빙하로 덮였던 시절에 원주민들에 의해 지어진 이름으로
Paine는 빙하의 푸른빛을 의미했거나 빙하호의 푸른빛을 의미했을 것이다
오늘 처음 이곳을 찾은 이방인의 눈에는 삼봉의 화강암 표면에 드러난 짙은 잿빛이
푸른 빙하호와 흰눈에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지게 보인다
그러니 지금은 `푸른 탑들`이 아닌 회색 탑들 (Gray Towers)이라고 불러야 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남의 나라 자연유산에 웬 쓸데없는 참견하면 안되겠지만.........
현재 `토레스 델 파이네`라고 말하면 2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첫째는 당연히 토레스 삼봉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둘째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대표적 상징물로 국립공원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빙하호의 색깔을 정확히 무슨 색이라고 해야 맞을까 ?
크레파스, 물감 등에서는 찾을 수 없는 대자연의 색이라고 답해야 할 것이다.....
< 기저부의 빙하 Ventisquero Torres >
< 좌측부터 Torre Sur(South Tower) 2,860m, Torre Central(Central Tower) 2,800m, Torre Notre(North Tower) 2,246m
남봉이 제일 낮아 보여도 실제 높이는 제일 높은데 이는 제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
< 나 빙하수에 안 빠지고 올랐다며 자랑질한다 >
지질학적으로 토레스 삼봉의 형성과정은 이러하다
8,500만년 전 해저 지진으로 퇴적암층이 형성되었고,
1,200만년 전 마그마 활동으로 형성된 화강암층이 융기되며 퇴적암층을 밀어 올렸다
이후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상부의 퇴적암층은 사라지고 비교적 단단한 화강암층만 남아 토레스 삼봉이 되었다
삼봉 좌우의 검은색 바위 부분은 완전히 침식되지 않고 남은 퇴적암층 부분이다
< 니도 데 콘도르(Co. Nido de Condor),
`콘돌의 둥지`란 의미인데 역시 콘돌이 맴돌고 있다 >
< 토레스 전망대 고도 875m,
토레스 삼봉의 화강암 바위가 지표면 위로 2,000m 정도 솟았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실제 보면 그렇게 높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유는 대자연에서 인간의 눈은 거리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3 봉의 꼭대기에 걸린 구름이 벗겨지길 기다려 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이 점점 더 몰려든다
철의 여인들한테 휘파람으로 훅~불어 날려버리라고 주문한 뒤 30분 정도를 더 기다렸지만 개일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하산길에 보니 700~800m대에는 제법 단풍이 들었다
한 열흘만 늦게 왔더라면 만산홍엽이 절정이었을 것이다....
< 가우초(Gaucho), 아르헨티나 등의 초원에 살며 유목생활을 하던 목동으로 미국의 카우보이에 해당된다 >
< 바울라(Baula)의 힘자랑, 토레스산장의 저녁 식사 도중 바울라가 내앞에서 팔뚝 근육 자랑한다 >
이날밤 토레스 산장에서 나의 침대는 이층이었다
아래 일층 침대에는 아주 예쁘장한 스코틀랜드 아가씨가 누워 있었다
남자는 젓가락 들 힘만 남아도 딴여자를 쳐다본다
난 현저한 체력저하로 딴맘을 품을 여력이 전혀 없었기에 아주 편안함 잠을 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