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17 TMB 1 <Le Tour~Trient>
구 간 : Le Tour ~ Trient / 9.6 km / 5시간 40분
경 로 : Le Tour(1410m) ~ Col de Balme(2191m) ~ Le Peuty(1330m) ~ Trient(1307m)
< 상승고도 780m / 하강고도 880m >
전날 인천공항을 출발해 10시간 50분의 비행 후 스위스 취리히공항에 내렸고
이후 버스로 갈아탄 후 4시간을 더 달려 밤 늦은 시각 프랑스 샤모니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샤모니 숙소
어젯밤 늦게 도착해 어디가 어디인지 몰랐는데 아침에 보니 숙소가 에귀유뒤미디 전망대를 오르는
케이블카 탑승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조식 후 숙소로 찾아온 현지 가이드 필립과 인사를 나누고
짐은 오늘 저녁의 숙소 트리앙으로 보낸 후 샤모니 쉬드(Chamonix Sud) 버스 터미날로 가서
이번 트레킹의 시작점인 러투르(Le Tour)로 이동한다
대개는 TMB를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하지만 나의 경우는 시계방향으로 돌게 된다
< gps트랙 >
뭐니뭐니 해도 여행에서 날씨 상태는 여행의 만족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동일 장소를 보더라도 청명한 날씨로 더없이 멋진 조망을 즐기는 것하고
구름과 안개로 뒤덮여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하고는 천양지차이다
도통한 스님이야 보이든 안 보이든 실체는 매 한가지인데 뭐가 다르냐고 말하겠지만
내가 머리 밀어본 적이 없는 속인인 이상 나로서는 분명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Le Tour를 출발하기 앞서 현지 가이드 필립과 사진 한장부터 찍고 시작한다
필립은 신장이 192cm나 되는 훤칠한 47세의 프랑스 사나이이다....
한국과의 시차는 7 시간인데 전날 잘 잤고 쾌청한 날씨탓인지 그다지 시차로 인한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나이들수록 장거리 비행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점인데 이번에도 오는 동안 딱 미치고 환장하겠더라
엉덩이 무거운 사람은 오줌보도 덩달아 크고 무거운지 화장실 한번 안 가는 것 같던데
난 주리가 틀리다 못해 경기를 일으킬 정도였으니 수면제를 한 주먹 틀어넣고 혼수상태라도 빠지면 해결될지 모르겠다......
고도를 서서히 올리자 뒷편 저멀리 샤모니의 영원불변하는 배경인 몽블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샤모니가 명실공히 등산의 고장이자 알프스 관광의 중심지가 되게 한 주인공이다
TMB가 끝나고 떠나는 날까지 여왕처럼 고귀한 자태로 그 자리에 서있는 저 몽블랑을 경하의 눈길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여왕 폐하, 서영도의 문안입니다.....
TMB를 따라 힘겹게 산길을 오르내려야 하는 트레커들이 있다면
한편 가벼운 소풍이라도 나온듯 한곳에 자리잡고 앉아 유유자적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부류들도 있다
대개 그 지역 현지인들일 테지만 그들의 여유로움과 평온함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일주일 내내 걸어들어가서야 겨우 산봉우리를 볼 수 있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의 세계명산에 비해
몽블랑의 장점은 이렇게 오전에 올라 샌드위치 까먹고 오후에 내려올 수 있는 `접근성`이 매력적이란 점이다
여왕의 산 몽블랑은 창검으로 무장한 듯한 침봉 에귀유(Aiguille)들의 호위 속에 알프스의 영원한 권력자임을 여실히 증명한다
고도를 올릴수록 전경은 더욱 완벽해져만 간다
아주 지랄맞은 완벽함에 난 서서히 압도되어 오줌을 지릴 지경이다..........
저멀리 바라보이는 산상카페, Pausa para o cafe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의 정겨운 담소가
불어오는 바람결에 실려 들릴 것만 같아 귀를 쫑긋해 보기도 하며 .......
아무데고 풀밭에 자리 잡고 앉으면 식탁이 되고
알프스라는 절경의 풍미는 입맛을 돋구는 천연 식욕촉진제이다
몇입 베어먹은 게 사진상 어찌 쥐 파묵은 것 같다만......
오늘의 최고점 발므고개(Col de Balme 2191m)에 오르니 늦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불어오는 바람이
마치 새초롬하게 톨아진 여자가 뿜어내는 냉기만큼 쌀쌀해 몸이 으스스 움츠러든다
하지만 아름다운 전경만은 360도로 펼쳐져 어느 한곳 막힌 데가 없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겹겹의 봉우리, 계곡과 능선은 태곳적부터 이 자리를 지켜온 웅장한 배경이다
발므고개는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계로서
테트드발름(Tete de Blame)와 레그랑드오탄(Les Grandes Otanes)의 두 봉우리 사이에 형성된 완만한 곡선부에 위치한 고개이다
발므고개는 옛날 소싸움 풍습의 발원지였다고 전해진다
이제부터 프랑스를 벗어나 스위스 땅으로 들어서게 된다
발므고개에서 바라본 스위스 방향
필립이 나와의 키 차이가 무려 20cm인 것을 배려해 내려서고 무릎까지 구부려 사진을 찍는다.....
혼자만의 단독 배낭여행으로도 TMB를 할 수 있지만 현지 가이드랑 동행하면 많은 것을 듣고 배우게 되는 장점이 있다
지형에 관한 설명은 기본이지만 그 지역의 문화, 풍습 등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다
즉 똑같은 TMB를 할지라도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알게 된다` 란 명언이 있듯이 TMB를 끝낸 후 느끼게 되는
감회나 감동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양다리 걸치기는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프랑스와 스위스에 한 발짝씩 걸쳤다.......
발므산장(Refuge du Col de Balme)
겨울이면 2층 높이까지 눈이 쌓인다고 한다
발므고개에서 시진을 찍느라 어정거리는데 가이드 필립이 어느새 트리앙 방향으로 곧장 내려가고 있다
난 은근히 우측 방향의 길을 따라 트리앙 빙하쪽으로 좀 에둘러 내려가길 바랬는데 우이씨~ 서둘러 쫒아 따라갈 수밖에....
대장의 뜻대로 하소서....
천상화원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다
이런 양질의 풀을 먹은 소들이 생산한 우유는 당연 최상의 품질일 테니
이를 가공한 치즈 등 낙농산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천상화원을 걷는 내 마음도 붉은 색, 노랑색, 보랏빛 등의 각양각색의 꽃물이 들었다....
내려서다 뒤돌아본 발므산장
오늘의 최종 목적지 트리앙에 도착하기 전 작은 마을 르푀티(Le Peuty)에 있는 산장(Refuge du Peuty), 하룻밤 20 EU, 37 bed
분홍빛 교회가 보이는 트리앙(Trient)
교회 윗쪽으로 바라 보이는 그랑 빙하(Glacier des Grands), 왼쪽 계곡 방향으로 치우쳐 트리앙 빙하가 있다
숙소 Auberge du Mont Blanc
이날 숙소에서 나의 꺼벙함이 문제를 일으켰다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분명 양손에 들려있던 폴(스틱)이 룸에 들었을 때 없어졌다는 걸 알았다
안팎을 샅샅이 쥐 잡듯 살폈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폴은 장거리 트레킹에서 필수품이기에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찾지 못한 난 내일 트레킹의 종착지 샹페에 도착하면 새로이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식사 후 폴을 잃어버린 상황을 룸메이트에게 설명하며 숙소 밖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그가 숙소 한켠에서 비에 젖어있는 폴을 발견했다
폴이 왜 그곳에 놓였는지는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지만
단번에 폴을 찾아내는 룸메이트의 신통함에 그가 정말 귀신은 아닌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룸메이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