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19 TMB 3 <Champex~La Fouly>
구 간 : Champex ~ La Fouly / 21.2 km / 7시간 30분
경 로 : Champex(1498m) ~ Champex-Lac(1476m) ~ Issert(1071m) ~ Les Arlaches(1082m) ~
Praz de Fort(1154m) ~ La Fouly(1590m)
< 상승고도 530m / 하강고도 460m >
gps 트랙
오늘은 샹페를 출발해 라풀리로 가는 것인데 고도적으로 상승과 하강이 비교적 적어 그렇게 힘든 일정은 아니다
샹페호수(Champex-Lac)의 둘레를 따라 트레일이 이어진다
난 샹페호수가 제법 큰 호수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막상 대하고 보니 에게게~~뭐이래 정도의 그저 그런 호수이다
아침 날씨는 약간 흐린듯 하지만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으니 곧 개일 것으로 기대하고 길을 나선다
호수 주변의 봉우리들은 그들의 골짜기와 등성이를 샹페 호수 속으로 경쟁적으로 담그려는듯 서로의 어깨를 조급하게 밀쳐대고 있다
샹페 호수를 지나자 트레일은 숲속길로 접어든다
잘 다져진 오솔길은 지그재그의 커브로 가파른 기울기를 보완해주었고
길섶에는 나무로 조각된 새, 다람쥐, 그리고 남근을 연상시키는 우산 모양의 버섯들이 곁을 스쳐갔다
상티에데샹피뇽(Sentier des Champignons)의 `버섯 오솔길`로 이 지역 균류학회에서 교육목적으로 설치한 것들이다
중간중간 놓인 벤치와 피크닉 테이블은 다리쉼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물과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
빽빽하던 숲을 빠져나온 지점에서는 왼쪽 저 아래로 계곡 한가운데 평화롭게 자리잡은 오르지에르(Orsieres)가 보였다
한낮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림자를 내어주던 숲길이 마침내 끝나자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인 이세르(Issert)가 보인다
필립은 이세르의 의미를 과거 숲으로 들러찼던 이곳에 사람들이 정착하며 가축을 기르기 위해 나무를 잘라내었는데
이세르는 나무를 자르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농업 전통이 풍부한 이 지역에서는 밀농사를 짓고 함께 빵을 구웠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이세르(Issert)는 앞으로 만나게 될 레자를라슈ILes Arlaches), 쁘하즈 드 포흐(Praz de Fort)과 함꼐
상티에뒤블레(Sentier du Ble), 즉 `밀 오솔길`이라는 도보여행길로 한데 묶여 이 지역 고유의 전통 농업방식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이세르 마을 안에서 방향을 좌측으로 틀어 드랑스(Dranse) 강을 건너고 TMB 트레일은 강의 좌측으로 이어져
레자를라슈(Les Arlaches)를 향한다
레자를라슈 마을 통과한 후 트레일은 다시 드랑스 강을 건너 우측의 쁘하즈 드 포흐(Praz de Fort)로 들어선다
쁘라즈 드 포흐는 `화덕의 들판`이라는 뜻이다
필립은 마을 공동축제 시 사용되는 빵 굽는 화덕을 찾아내 그 큰 키와 팔을 이용해 직접 사용법을 설명하느라 열을 올리지만
더위에 약간 지친 난 뒷전에 서서 멀뚱하니 바라만 보다 약간은 생뚱한 질문을 던져본다
" 필립, 숯가마 알아 "
쁘하즈 드 포흐
주택은 극도로 공을 들여 일일이 손으로 심은 듯한 꽃들로 장식되여
스위스만의, 다소 인위적으로 느껴지는 독특하고 완벽한 풍경이 펼쳐진다
시야가 트인 곳에서 좌우를 쳐다보면 알프스의 준수한 봉우리들은 언제나 뽀족한 손가락으로 창공을 가르키고 있다
전통 샬레(Chalet),
둥근 널돌을 기둥과 창고용 건물 사이에 튀어나오게 끼워넣어 건물을 받쳐 뛰우는 구조이다
이는 소중한 곡식을 배고픈 설치류로부터 보호하려는 지혜의 방편이다
마을을 완전히 벗어나자 트레일은 작은 지능선 형태의 길을 따라 이어졌는데 둑길을 걷는 것만 같았다
양편으로는 큰키나무들이 도열을 하듯 줄지어 늘어서 있어 마치 한국 순창의 메타세콰이어 길과 흡사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실제는 빙하에 얽힌 파란만장한 역사를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모레인, 즉 빙퇴석 지역인 것이다
한때 땅과 바위를 밀고 가르던 전지전능한 얼음의 강들은 이곳의 풍경을 깍고 조각하다 끝내는 떠나버렸다
빙퇴석 둑방길이 끝나자 트레일은 방향을 급격히 왼쪽으로 틀었고 이후 다소 가파르고 위험해 보이는 산사면을 따라
구절양장으로 구불구불 이어졌다
계곡 건너 반대편 왼쪽으로 바라보이는 스위스의 샬레들은 마치 동화 속에서 볼 수 있는 그림처럼 점점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사면길이 끝나고 트레일은 다시 평탄한 지형으로 들어섰고 걸음을 재촉한 난 일행들을 훨씬 앞서 걸어나가다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 나무그늘 아래에서 잠간일망정 시에스타를 즐기기도 했다
7시간 30분을 걸어서야 스위스 페레 계곡에 잡은 마을 라풀리(La Fouly)를 만날 수 있었다
나의 눈을 사로잡는 풍경은 라풀리를 매몰시켜 버리고야 말겠다는 듯한 기세로 밀려내려오고 있는 라풀리의 태곳적부터의 배경인
라뇌브 빙하(Glacier de L`A Neuve)였다
난 한동안 이 빙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숙소 L`Edelwe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