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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4 향로봉,탑봉 능선

서영도 2016. 12. 5. 21:04


 

일     시       :      2016. 12. 6.

 

경     로       :      국사암 ~ 비로봉 능선 ~ 향로봉 능선 ~ 남부 능선 ~ 지네 능선 ~ 탑봉 능선 ~ 쌍계사

 

인     원       :      엉겅퀴, 에스테야, 귀소본능, 수선화, 다우

 

시간 / 거리  :      9시간 26분 / 12.74km

 

 

독오당의 12월 정기산행을 한 지 벌써 열흘이 훌쩍 지났다

누군가 한 사람쯤은 산행기를 쓸 줄 알았는데 어찌 모두 득병이라도 했음인지 아무런 기척이 없다

그동안 산행후기를 꼭 작성하던 수야가 참석했으면 최소 한 편의 산행기는 벌써 올라왔을 것이다

그러니 여전히 자춤발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수야의 부재가 아쉬울 뿐이다

답답한 놈이 샘 판다고 하는 수 없이 더이상 기다리지 못해 나라도 몇자 끄적여 독오당 80차 산행기로 갈음해야겠다

 

아무리 동절기 산행을 꺼린다할지언정 병신년 송년산행인 만큼 참석하지 않을 수 없으니

딴에는 비교적 힘들지 않고 적당히 걸을 수 있는 곳으로 가리라 계획했다

한뎃바람 추위에 비교적 덜 떨 것같은 지리산 남쪽 사면의 지능선을 잇는 산행으로

국사암을 출발하여 향로봉 능선을 따라 올라 탑봉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경로을 선택한다

그런데 매번 지능선 산행을 막연히 가벼운 산행일 것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이번에도 또 저지르고 만다

상승고도 천 미터 이상, 하강고도 천이백 미터 이상이었으니....

 

 



 비로봉 능선


국사암을 출발하여 불일암을 향하는데 돌길 투성이의 정규등로를 피해 첫번째 목교를 건너자마자 비로봉 능선으로 붙는다

불일폭포 양쪽의 봉우리를 지칭함에 있어 청학봉, 백학봉이란 용어는 옛산행기의 검토 결과 좌우의 혼돈이 있지만

비로봉, 향로봉이란 용어는 꾸준한 일관성을 보였기에 더 적절한 용어가 될 수 있다고 2012년 11월의 산행기

『 향로봉과 비로봉 그리고 그 능선에 대한 고찰을 위하여』 에서 밝힌 바 있어 비로봉 능선이라 언급한다


http://www.jiri99.com/bbs/board.php?bo_table=jiri12&wr_id=39538&sca=&sfl=wr_name%2C1&stx=%EB%8B%A4%EC%9A%B0&sop=and&spt=-40590&page=1 >


< 비로봉 능선, 흑색선 표시 >

 

< 사진 귀소본능 >


 

< 비로봉 전망대, 적색점 >


비로봉에 올랐으면 당연코 잠간이라도 들러 쉬어갈 곳이 있다

불일폭포, 불일암과 그 주변 조망이 일품인 비로봉 전망대이다

비로봉은 불일폭포의 서쪽 봉우리로 불일암에서 바라봤을 때 우측이다


< 비로봉 전망대 조망, 사진 귀소본능 >


 

 

오늘의 초대 여성은 아우들의 다양한 포즈 요구에 기꺼이 응했고 샷터 터지는 소리는 한동안 이어졌다

근래 독오당 산행에 동행하는 여성산꾼이 없었음은 좀 아쉬운 점으로 나의 불찰이기도 하다

숫컷들만 웅성거릴 때 나타나는 특유의 거칠고 탁한 성정이 이날만은 모처럼 한결 순화되고 부드러워진 듯했다

앞으로 아우들의 불만이 증폭되어 하극상으로 나타나기 전에 여성 산꾼을 모셔야할 것 같다.... 


< 비로봉 >



< 불일암 >





향로봉 능선



향로봉은 불일폭포의 동쪽 봉우리이고  남부능선에 이르기까지의 능선이 향로봉 능선이다

능선 이름이 한때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지만 그 실체가 분명한 향로봉을 기준으로 한 향로봉 능선으로

부르는 게 적절하다고 역시 나의 산행기 『향로봉과 비로봉 그리고 그 능선에 대한 고찰을 위하여』에서 언급했었다


 < 향로봉 능선, 청색선 표시 >


향로봉 정상 부위는 번번하고 조망도 좋아 바쁘지 않으면 꼭 들러 여름이면 오수를 즐기는 등 신선놀음에 적당한 곳이다

향로봉 능선의 산길은 거진 된비알의 산죽길로 국사암에서부터 남부능선까지 고도를 1000 미터 이상 올려야 하기에

지능선이라고 가벼이 덤볐다간 식은땀깨나 쏟아야 하는 능선길이다


< 향로봉 정상, 사진 귀소본능 >

 

지리 산행에서 식겁한 경우가 두 차례 정도 있다

2008년 6월 29일 지리산에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올라 칠선계곡으로 하산한 날이었다

오후가 되면  불어난 물살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비가 계속 이어지며 예상은 완전 어긋나고

대륙폭포에 이르러 계곡의 거친 물살을 건너지 못해 일몰에 쫒기며 추위와 공포로 바들바들 떤 일로 

이전에 산행기로 올린 적이 있지만 현재는 게시글 삭제 사건 때 날라간 상태이다 < `답변`의 글로 첨부 >


< 향로봉 정상, 사진 귀소본능 >

 

또다른 한 번은 선유동계곡에 든 때이다

지리산행 경력이 일천했던 1994년 11월 6일 평소보다 늦은 아홉 시 반경 아내랑 선유동계곡 산행에 나섰는데

지도상 계곡을 끝까지 타고 남부능선까지 올라도 고도가 1200미터 남짓이기에 간단히 다녀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산행이 진행되지 않았고 고사 마을터를 지난 후부터는 산행방향이 틀어져 좌측의 능선쪽으로 붙게 되었는데

바위를 우회하고 산죽과의 힘겨운 싸움으로 시간이 엄청 지체되어 쇠통바위 능선에 겨우 올라섰을 땐

어느덧 짧은 해가 별로 남지 않아 보였다
 

< 가운데 향로봉 능선 >


지도 한 장 들고 다니던 시절이니 당시는 능선 어느 지점으로 올라섰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북쪽 저멀리 촛대봉과 세석산장만은 또렸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놀란 가슴에 꽁지에 불 단 쥐새끼마냥 내처 달리니 마침내 남부능선의 아는 산길이 나타났고

이후 삼신봉을 거쳐 당시만 해도 산길이 뚜렸했던 단천골의 왼골을 따라 내려왔는데

산행 시간 10시간이 경과하여 일색이 다하고 어둑발이 내려서야 주차한 곳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 중앙 지네능선 >

 

평소같았으면 뒤따르는 아내가 힘들다고 불평을 해도 몇번을 했을 텐데 말하지 않아도 위험 상황을 감지했음에

내가 더 당황할까봐 군소리 한 마디 없이 묵묵히 따라준 아내가 신통방통한 날이기도 했다

이날 얼마나 놀랬던지 이후 조용히 있거나 잠자리에 누우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한 생각이 들어

안절부절 하지 못했는데 이런 증상은 근 한 달이 지나서야 진정되는 것 같았다

얕보다 정말 된통 당한 경우이지만 이는 이후 산행에 약이 된 경험이기도 했다

 

< 남부능선 >


 < 사진 중앙의 굴곡이 크게 진 능선이 향로봉 능선 >

 

 

 

지네 능선

 

 봉우리들이 이어져 지네가 기어가는 형상의 능선이란 의미이다

 참 특이하고도 잘 지은 지명이다는 생각이다


< 지네능선, 흑색선 표시 >

 

 

< 점심 장소, 사진 귀소본능 >

 

난 이날 산행 시작부터 몸 상태의 난조로 설 쇤 무같이 흐물흐물해져 종일 비실거렸다

지네능선에 들어서서 맨꽁지로 도착하니 너댓 명이 겨우 둘러앉을 만한 작은 봉우리에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한다 (윗지형도 적색점)

추위를 유달리 타는 나로서는 차가운 바람이라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이런 곳을 점심장소로 삼는다는 것이

나의 경직된 사고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장소인데 조망 하나만은 사방으로 틔어 정말 끝내주는 곳이었다

그런데 찬바람을 차단할 수 있게 타프를 치고 둘러앉으니 사실 이만큼 멋진 곳도 없어 정말 탁월한 선택인 것 같았다

 

 

< 굴떡국, 사진 에스테야 >

 

< 굴무침과 양념장어, 사진 에스테야 >

 

애당초 이번 산행기를 쓸 생각은 정말 없었다

하지만 근 열흘이 지나서 굳이 산행기를 쓰는 이유는 이렇다

손끝이 맵짠 수선화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새벽 두 시에 일어나 굴무침, 양념장어, 굴떡국용 재료 등을 준비하여

나같으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무게의 배낭을 짊어지고 왔다

고쟁이 열두 벌을 껴입어도 보일 건 다 보이는 것이다

수삽한 수선화가 본인 입으로 내색하지 않았어도 가효(佳肴) 진찬, 산해진미를 마련한 그 정성이 너무 고맙다

잘 먹고 입 닦고 고달을 빼고 있으면 정말 예의가 아닐 것 같아 어떻게든 감사의 표시을 해야겠기에 이렇게 산행기를 쓰게 된 이유이다

 

< 점심 장소의 조망, 사진 귀소본능 >

 

산너울이 너훌너훌 일렁이듯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다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길 없는 장강(長江)의 물결이다

그야말로 산은 골을 안고, 산은 또다른 산을 업고 있다

멀어질수록 농염의 색채가 점점 옅어지더니 끝내는 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산너울,

유려한 굴곡의 곡선미는 단속곳마저 벗어던진 여인의 흐벅진 육덕미를 빼닮았음에 이를 탐하는 나의 눈길은 질정없이 흔들린다

넋놓고 한참을 바라보다 어느새 너울성 파도에 실려 머나먼 항해를 떠나는 나 자신을 느낀다


< 지리 주능선 >

 

< 지리 주능선이 잠간 사이에 눈보라에 덮혔다 >

 

 

 

탑봉 능선

 

 

 

탑봉 능선은 지네 능선의 고도 970미터 부위에서 갈라져 진감선사 승탑이 있는 탑봉을 거쳐 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현재 지리산길542에 `국사암 능선`으로 표기되어있다

하지만 아래 지형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사암은 분명 능선상에 위치하지 못했고 엄연히 계곡쪽으로 비켜나 있다

즉 국사암 계곡이라면 몰라도 능선 이름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따라서 진감선사 승탑이 위치한 탑봉을 기준으로 한 `탑봉 능선`이란 지명이 당연히 더 적절한 명칭이 될 수 있다


 < 탑봉 능선, 적색선 표시 >

 

당초 계획은 이번 산행의 주목적이기도 한데 매봉을 지나 탑봉 능선을 끝까지 이어 목압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윗지형도에 표시된 것처럼 산길이 매봉 정상을 지나 갑자기 휘어지더니 쌍계사 금당쪽으로 향한다

알고 보니 매봉 일대의 산길은 쌍계사 스님들의 산책 및 체력단련용으로 사용되는 길이었다

다양한 샛길을 포함한 매봉 일대 산길은 차후 산행기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 탑봉의 진감선사 부도 >


< 탑봉, 사진 귀소본능 >



< 매봉에서의 화개 조망 >


< 매봉 정상 >


< 쌍계사의 벽송대사 승탑 >


< 벽송당 각자 >


벽송대사가 열반한 곳이 수곡골의 수국암, 즉 현재의 양진암이다

승탑도 당연히 수국암에 존재했었는데 조선조 말에 쌍계사 승탑림으로 이전되었다

벽송대사의 수국암 입적에 관해서 2013년 9월 8일 `양진암<수국암>` 산행기에서 언급했는데

이 산행기 역시 게시글 삭제 사건 때 날라가버렸다 < 역시 `답변`의 글로 첨부 >

수곡골이란 지명도 수국암에서 유래된 골 이름일진대 현재는 수국골이 아닌 수곡골로 불리고 있다....


이상으로

독오당 80차 지리산학은 다섯 개의 능선( 비로봉 능선, 향로봉 능선, 남부 능선, 지네 능선, 탑봉 능선)을 연결한

산행을 하고  `탑봉 능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공유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