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617~25 노르웨이 2 <쉐락볼튼>
쉐락볼튼(Kjeragbolten)
일기예보 상으로도 날씨가 개일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단지 바라건데 퍼붓지만 않기를 바라며 아침을 맞았다
조식이 으레 그러하듯 나의 취향과는 별개인 빵, 햄, 치즈로 이뤄지는 식사를 마치고
동일 재료로 손수 샌드위치 점심을 준비한다
셔틀 버스를 타고 어제 내려온 27회의 헤어핀 커브를 다시 돌고돌아 현기증을 느낄 즈음에
쉐락볼튼 트레킹의 기점인 Oygardsstolen주차장에 도착했다
어제 오며 볼 때는 그렇게 화창했는데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 쉐락 지형도 >
어제는 차량으로 메워졌던 주차장은 텅 비어 스산한 적막감마저 든다
자욱한 안개만이 지금 이 순간을 지배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인양 비바람의 호위속에 기세등등하다
여느 때 같으면 이 시각 주차장이 꽤 복잡할 텐데 이렇게 한산하다는 건 오늘같은 날씨에는
노르웨이 사람들도 쉐락볼튼 트레킹을 꺼린다는 걸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흙길이 아니라 오로지 바위 위를 걸어야 하는 트레킹이기 때문에 개인 날이라면 별개 아니지만
비오고 안개 끼는 날이라면 별개가 되기 때문이다
트레킹을 시작하려 하자 관리사무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현재는 트레킹을 할 수 없다고 제지하려 한다
난 엄연히 `Outdoor Life` 소속의 가이드 아레(Are)와 동행한 상태였기에 더이상 제지를 받지는 않았다
가이드는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상황에 따라 트레킹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렸지만
난 속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쉐락볼튼에 갈 것이라는 생각을 공글리고 있었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다시 이곳을 또 올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gps트랙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관리사무실 벽면에 걸린 사진 한 장이 다소 침울해진 나에게 활력을 되찾아 주는 듯하다
알몸의 남성이 주먹진 팔을 힘껏 펼치고 쉐락볼튼에 올라 뤼세피오르드를 당당히 내려보고 있는 모습에서
그 옛날 바이킹의 호전적 투지를 고스란히 전해받은 듯 완주의 의지를 불태운다
편도 6 km, hill을 세 차례 오르내리는 트레킹이다
따라서 왕복 12km, 5~6 시간 소요된다
문제는 쉐락고원 전체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암괴 덩어리 형태인 바위 일색의 대슬랩이어서
오늘같이 비 오고 안개까지 끼거나 눈 오는 날이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첫 번째 hill이 경사가 가파르고 고도차가 심해 주의해야 한다
< gps트랙 >
구글위성지도에서도 선명히 드러나듯이
쉐락볼튼까지 크게 세 번의 굴곡을 통과해야 하는 암반의 대슬랩이다
그 사이 두 번의 계곡을 통과하게 된다
오전 8시 10분 경부터 트레킹이 시작되었는데
가이드 아레를 따르는 일행 외에는 다른 사람은 없어 보였다
적색 페인트의 T 사인이 트랙임을 표시한다
경사면에는 체인이 박혀 있는데 잡고 오르기가 수월하지만은 않다
첫 번째 계곡을 통과하는 지점에 이르니 트랙이 잘 다듬어져 있는데
네팔의 셀파들이 와서 다듬었다고 한다
두 번째 계곡으로 내려서는 부분인데 물가 바로 옆 부분은 직벽 수준이어서 제일 조심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
추위를 느끼기 시작한 게 이쯤부터인 것 같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 이어졌고 바람까지 부니 체감추위가 상당햇다
배낭 속 재킷을 꺼내 껴입었는데도 걸음을 잠간이라도 멈추면 덜덜 떨리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 계곡을 통과하면 3.1km를 왔고 2.9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뤼세피오르드로 떨어지는 직전의 물살이 꽤 거칠고 세차 보였는데
마치 도움닫기 멀리뛰기 선수들이 최대한 속도를 붙여 멀리 뛰듯이
무려 900m 아래의 뤼세피오르드 수면을 향해 폭포수로 낙하하며 더 먼 곳으로 떨어지려 서로 경쟁적 달리는 것만 같았다
가이드 아레(Are),
쉐락볼튼에 도달하기 전 짙은 안개 속에 갇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가이드조차 길을 잃었다
당연 트랙을 표시하는 적색 T자 사인이나 작은 돌탑이 잘 구별되지 않았다
가이드 아레는 침착했고 무엇보다 지형에 익숙했기에 곧 트랙을 찾아내었다
그 두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쌓여 아직 녹지 않은 눈길을 안개 속에 걸어가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바위의 크레바스에 끼인 계란형 바위가 눈앞에 불쑥 나타난다
마침내 쉐락볼튼에 이른 것이다
< 뤼세피오르드 쪽에서 본 쉐락볼튼 >
쉐락볼튼에 이르렀으니 당연 사진을 찍는 등 멈추게 되었으니 체감추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가이드 아레는 이곳이 점심 장소라고 말했지만 난 온몸이 덜덜 떨려 준비한 샌드위치를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 위쪽에서 본 쉐락볼튼 >
쉐락볼튼(Kjeragboltn)은
뤼세피오르드의 남쪽에 위치하여
높이는 해발 984m, 크기는 약 5㎥이다
쉐락볼튼의 상부가 평면이 아니라 곡면이었고,
물기로 젖어있는데다 흙이 묻어있어 자칫 미끄러질 것만 같았고,
더구나 추위로 온몸이 바들바들 떨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갑자기 골풍이라도 몰아치면 영락없이 984m 아래의 나락으로 떨어져
뼈도 추리지 못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며 잔득 겁을 먹었기에 도저히 일어설 수 없었다,
그나마 엉거주춤하게 앉은 상태에서 인증샷을 찍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했다
하여튼 이번 여행에서 쉐락볼튼 위에 바로 서지 못한 게 제일 아쉬운 점이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궂은 날씨를 대비해 쉐락볼튼 트레킹의 일정을 이틀 정도로
넉넉히 잡아 꼭 한번 바로 서보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
반드시.......
날씨가 좋았다면 당연 이런 모습을 보았을 사진 4장을 아래 첨부하면........
< 참고사진 1>
< 참고사진 2 >
< 참고사진 3 >
< 참고사진 4 >
돌아오는 길의 바위 경사면을 조심스레 한걸음씩 내려선다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이제 시작인 일정 자체가 제도루묵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아래 주차장이 보일 때쯤에서야 한두 명씩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전보다 날씨가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차안에서 몇 시간씩 기다린 후 올라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주차장 >
gps 기록 상 10.61km, 5시간 33분이 걸렸다
비바람과 추위로 거의 쉬지도 않고 걸었지만 바위 경사면에서 속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의를 착용했지만 비바람 때문에 바지가 흠뻑 젖었는데
다음 날 샤워하며 보니 하체 전체가 울긋불긋해 보여 자세히 살펴보니 점상출혈이 생겼다
동상은 아닐지언정 cold injury를 입은 것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뤼세보튼 숙소로 되돌아오니 내일의 프레케스톨렌 트레킹을 위해 예약한
페리를 타기까지 약 3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그동안 젖은 옷을 말리거나 샤워를 하는 것보다 내일의 트레킹을 위해 흠뻑 젖은 등산화를 말리는 게 무엇보다 급했다
퀴퀴한 화장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휴지를 뭉쳐 등산화 안쪽으로 밀어넣어 물기를 찍어내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페리를 타기 약 한 시간 전쯤부터 서서히 햇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가 뤼세보튼을 떠날 때까지 흐리고 비가 계속 내렸더라면 조금은 덜 억울할 텐데
이놈의 날씨가 내 복장 터진는 꼴을 볼려고 환장을 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가
제밀할 !
< 뤼세피오르드 >
피오르드 수면의 해발 고도는 ` 0 ` 이다
내륙 깊숙히 바닷물이 들어온 것이 피오르드이니까
< 페리 선착장 >
뤼세피오르드의 동쪽 끝 뤼세보튼에서 서쪽 끝 Forsand까지 1시간 소요된다
뤼세피오르드의 동서 길이는 42km이다
저멀리 멀어지는 뤼세보튼을 바라보니 무척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의 미련은 언젠가 다시 만나지기를 바라는 희망의 마음이다
다시 한번 더 와야겠다는 작별의 인사를 뤼세보튼에 남긴다....
페리를 타고 이동하며 쉐락볼튼을 올려다 보니 쉐락볼튼은 여전히 짙은 구름 속에 갇혀 있다
햇살이 조금은 덜 야속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윗사진 상단 중앙부의 움푹 들어간 곳에 세락볼튼이 있다
< 참고사진, 사진 중앙부 쉐락볼튼에 올라선 사람이 점으로 보인다 >
내일 오르게 될 프레케스톨렌 아래를 지나며 쳐다보지만 역시 구름 속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제발 내일 날씨가 맑아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지난 스위스 트레킹 때 연속으로 5일을 비 맞았던 기억이 오버랩되어
눈을 감고 머리를 체떨듯 흔들며 그때의 악몽을 털어낸다
< 참고사진, 사진 상단 중앙의 사각형 형태로 튀어나온 제단바위가 프레케스톨렌 >
프레케스톨렌이 604m 높이인데 그 아래 피오르드의 수심도 400m가 넘는다
<Forsand >
Forsand에서 페리를 내려 차로 갈아타고 프레케스톨렌 트레킹 기점의 숙소 Prekeistolen Fjellstue로 간다
< 뤼세피오르드 연안 마을 >
Forsand에서 숙소 Prekeikestolen Fjellstue로 가려면 뤼세피오르드를 가로지르는 유일한 다리를 건너게 된다
다리를 통과하며 바라본 뤼세피오르드의 전경이 정말 멋져 잠간 차를 세워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싶었지만
노폭이 좁고 안전상 가능하지 못했다
다리를 통과 후 좁은 도로를 한참 더 달린 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차를 세웠지만
조망이 막혀 멋진 풍광을 담을 수 없었다
< Refsvatnet호수 >
숙소 Prekeikestolen Fjellstue에서 바라본 호수 풍경으로
해발 236m, 만년 전 빙하가 녹으며 형성되었다
숙소는 조망이 정말 멋진 곳일 뿐더러 프레케스톨렌 주차장 바로 옆이어서 위치적으로도 좋고
음식 맛도 꽤 괜찮았다
< Preikestolen Fjellstue 식당 >
< 디저트 >
잠들기 전 23:20 경 밖을 내다보니 구름이 걷히고 있는 게 날씨가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내일 트레킹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은 예감에 편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