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617~25 노르웨이 4 <휴즈달렌계곡>
폭포 사파리(Waterfall Safari)
오늘은 오다 지역에 위치한 폭포들 (The valley of waterfalls)을 감상하고
휴즈달렌 계곡(Husedalen valley) 트레킹을 하며 내일의 트롤퉁가 트레킹을 위해 가볍게 몸을 푸는 일정이다
느지막이 조식을 하며 보니 점심 도시락 싸는 비용이 150 NOK(크로네)라고 씌여있다
2만원이 넘는 금액인데 도시락 내용은 샌드위치, 물, 요구르트 등이니
내용물을 보면 한국물가로 7000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소득이 세계 3위인 반면 당연 물가도 후덜덜한 나라이다
< 스트란드폭포(Strandfossen) >
차로 조금씩만 이동하면 연이어 엄청난 수량의 폭포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나타난다
여름철인데도 위도가 높아 기온이 서늘한데다 쏟아지는 물줄기마저 청량감을 더해 여름 무더위는 딴나라 이야기이다
풍부한 수량을 이용한 수력발전만으로도 전기량이 충분하니 굳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화력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는 애당초 건설할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 쇼드나달(TjØdnadalsfossen) >
900~1100년 경 바이킹 시대에는 해적으로 부국이었는데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으며 세력이 약화되었다
이후 임업, 축산업, 수산업으로 유지해오다 북해 유전이 발견된 이후 다시 국민소득 3위의 부국이 되었다
남한 땅의 4배가 넘는 땅덩어리에 인구는 고작 6백만 밖에 되지 않는다
< 로테폭포(Låtefossen) >
로테폭포는 165m높이의 쌍폭으로 오다지역 폭포들 중에서 최고의 폭포이다
상부 Lotevatnet호수에서 독립적으로 흘러내리는 두 물줄기가 하부에서 합쳐져 Road 13에 걸쳐진 다리 아래를 통과한다
튕겨지는 물방울로 다리 주변은 온통 물바다이고 주변이 물안개로 자욱하다
폭포수와 합류하는 계곡은 급류로 흘러내리는데 래프팅 등 익스트림 스포츠의 장소이기도 하다
로테폭포 옆으로 폭포를 위에서 관람할 수 있는 산길이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있어 폭포의 중간 높이 정도까지만 올랐다
수량이 정말 엄청나고 소리 또한 굉음 수준이어서 귀가 먹먹할 정도이다
물보라에 옷이 금새 흠뻑 젖을 뿐더러 여름철임에도 불구하고 손이 시릴 정도로 춥기까지 하다
이런 폭포 하나쯤만 우리나라에 있어도 좋으련만.......
< 에스페란드폭포(Espelandsfossen), 높이 75m >
< Rowan >
폭포 사진을 찍으려는데 흰꽃을 피운 나무들이 화면을 가린다
눈을 떼고 보니 마가목 나무(Rowan)인데 이 곳에서는 흔하고 흔한 나무일 뿐이다
해외 트레킹 중에 이 나무를 보면 꼭 연상되는 시가 한 편 있다
W.B. 예이츠의 `낙엽` 이다
낙엽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사귀 위에 가을이 왔다보릿단 속 생쥐에게도,머리 위 마가목 잎사귀는 노랗게 물들고, 이슬 맺힌 야생딸기도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사랑이 이우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우리의 슬픈 영혼은 이제 지치고 피곤합니다.헤어집시다, 정열의 시간이 우리를 잊기 전에, 그대의 숙인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고.
`낙엽`은 예이츠가 일생을 걸고 운명처럼 사랑한 모드 곤을 처음으로 만난1889년 가을에 쓰여진 시로서 순조롭지 못한 두 사람의 사랑을 예견하고 있다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내면적 고통이 문학적으로 승화되며 그는 위대한 시인이 되었다
나에게 있어 젊은 날의 열정과 사랑은 식었고 이별의 아픔도 모두 흐려져 있다rowan나무를 볼 때마다 이 시를 떠올리는 건 아직도 잊지 못한 사랑과 이별의 상처가마음 속 깊이 남아있음일까 ?
빙하
휴즈달렌계곡(Husedalen Valley)
휴즈달렌계곡 트레킹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킹 코스로 평가받고 있다
트레일은 신소(Kinso)강을 따라 신사르빅(Kinsarvik)에서 하르당에르 고원(Hardangervidda)까지 이어지며
왕복 5~6시간 걸리고 도중 4번의 폭포 절경을 만나게 된다
오다에서 휴즈달렌 트레킹의 기점인 신사르빅까지는 차량으로 약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 gps트랙 >
< 트바이타폭포(Tveitafossen) >
차량으로 수력발전소 옆으로 첫번째 폭포인 트바이타폭포가 흐르는 지점까지 이동한 후 트레킹을 시작한다
하르당에르고원에서 시작된 신소(Kinso)강의 수량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물 부족 국가도 많다는데 세상의 물이 노르웨이에만 너무 편중된 것은 아닌지도 모를 지경이다
트레일은 수력발전용 파이프라인을 따라 좌우로 이어진다
날씨는 흐리고 개이기를 반복하고 빗낱이 듣다 맑아지며 그야말로 변덕이 식은 죽 끓듯 한다
파이프라이늘 따라 트레일을 따라 30분 정도 걷다보면 다소 넓은 개활지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비를 맞으며 도시락 점심을 펼친다
오늘 도시락은 직접 싼 게 아니라 오늘부터 오다 지역 가이드를 맡은 리나가 준비한 것이다
점심 식사 후 산길을 버리고 임도를 따르기로 한다
비가 내리고 있어 바위 등 노면이 미끄러울 뿐더러 내일의 트롤퉁가 트레킹을 위해 최대한 몸을 아껴야 하니....
이곳 사람들은 비에 대해 별로 게의치 않는다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거나 비를 피할 장소를 찾아 허둥대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비가 오면 그냥 맞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던 일을 계속한다
비는 당연히 일상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가목이 지천이다
고사리, 곰취, 마가목, 블루베리 등이 아무리 흔해도 이들을 채취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보물 찾듯 눈에 불을 켜는 우리와는 너무나 달라 그저 길에 널린 개똥 취급하듯 무심히 지나칠 뿐이다
< 뉘아스퇼폭포(Nyastølsfossen) >
첫번째 폭포인 트바이타폭포에서 1시간 가량 오르면 두 번째 폭포인 뉘아스퇼폭포가 우측으로 꽤 위엄있게 나타난다
트바이타폭포보다 규모가 훨씬 더 대단하다
진정 노르웨이는 물과 폭포의 나라란 말인가......
가이드 리나.
노르웨이인과 어쩐지 조금 다르다고 느꼈는데 역시 스웨덴인이다
오다 지역에 머무는 3일 동안 동행하게 될 텐데 일단 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세 번째 폭포가 저멀리 보일 쯤부터 임도는 끝이 나고 다시 개활지에 이르는데 이후는 산길뿐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하르당에르국립공원의 숲은 원시림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노르웨이 인구가 적다보니 우리나라처럼 산행 인파로 산들이 몸살을 겪는 일 자체가 없었을 테니
이처럼 보존이 잘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뉘께쇠이폭포(Nykkjesøyfossen) >
산길을 따라 15분 정도 들어가면 세 번째 폭포인 뉘께쇠위폭포(Nykkjesøyfossen)에 이르는데
역시 두 번째 폭포에서 약 1시간 거리이다
여기에서부터 하르당에르고원 바로 아래 위치한 네 번째 폭포인 쇠테폭포(Søtefossen)까지는 역시 1시간 거리이다
바람 불고 비가 주적거리니 춥기까지 하여 내일을 위해 더이상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되돌아 선다
남은 체력은 내일을 위해 써야한다는 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가볍게 걷는다고 했는데 휴즈달렌계곡 트레킹에 4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
휴즈달렌계곡은
태고적 모습을 고이 간직한 원시의 숲이자 청정자연 그 자체이다
오다 지역에 왔다면 당연 트롤퉁가 트레킹이 최우선 순위일 것이다
하지만 휴즈달렌계곡의 계곡미도 결코 놓칠 수 없을 만큼 빼어난 것이어서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꼭 둘러봐야할 곳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