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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7 돌로미테 4 < Alta Via No 1 Trekking Day 2>

서영도 2018. 7. 20. 17:45

 

 

 

경 로  :  비엘라 산장(Rifugio Biella / 2327 m) ~ 세네스 산장(Rifugio Sennes / 2116 m) ~ 페드루 산장(Rifugio Pedru / 1546 m ) ~

            라바렐라 산장(Rifugio La Varella / 2042 m)

 

거 리  :  14.5 km 

 

시 간  :  7시간 26분

 

 

 

 

<gps트랙>

 

 

 

 

아침 일찍 햇살이 강해지기 전 산장 밖으로 나와 주변 산들을 주시한다

엔로자디라(Enrosadira) 현상을 보기 위함이다

엔로자디라는 백운암 지형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햇살이 약한 일몰, 일출 등의 시간에 산이 장밋빛으로 붉게 물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트레킹 동안 과연 몇 번이나 엔로자디라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니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저멀리 남쪽 방향의 펠모를 뚫어지게 바라보지만 구름이 많이 끼여서인지 그런 현상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펠모는 AV1 다섯 쨋날 스코이아톨리 산장에서 스타울란자 산장 가는 길에 허리를 지나치며 지근거리에서 보게 될 것이다

산중 날씨는 변덕이 식은 죽 끓듯 하는 법이어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고 하지만

펠모가 오늘처럼만 보여준다면 오죽 좋으랴

사실 다섯 쨋날의 상황을 미리 언급하면 그날은 비오고 계속 흐려 펠모는 진종일 보지 못했다

 

 

 

 

산장을 떠나며 바라본 크로다 델 베코(Croda del Becco, 2810 m)

크로다 델 베코의 남동쪽 사면이 마치 양파 껍질같아 한 겹씩 착착 벗겨내면 속에 무엇이 들었을지 궁금해진다

 

 

 

 

크로다 로사(Croda Rossa, 3146 m)

정상을 오르려면 비아 페라타(Via Ferrata)를 올라야한다고 하는데 올라볼 날이 있을지......

라딘 전설에 파네스 왕국이 패망하기 전 존재했던 산으로 묘사되고 있다

 

 

 

 

 

 

 

산장에서 서쪽 세네스 산장 방향으로 진행하며 바라본 펠모(Monte Pelmo, 3168 m)와 작은 펠모인 펠메토(Pelmetto, 2990 m)

 

 

 

 

 

돌로미테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토파네(Tofane, 3244 m),

첫 번째는 마르몰라다(Marmolada, 3343 m), 두 번째는 안텔라오(Antelao, 3262 m)이다

 

 

 

 

짚찻길을 따라 20여분 진행한다

 

 

 

 

 세네스 산장을 향하는 트레일은 짚찻길과 갈라져 우측의 6A길로 접어들어 초원의 언덕을 올라서게 된다

 

 

 

 

형형색색의 온갖 꽃들이 피어나 꽃바다를 이루는 7월 초의 알프스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진정한 꽃대궐이다

꽃을 즈려밟을까 미안한 마음도 들어 초원을 걷는 발길이 조심스럽다

 

 

 

 

 

 

한동안 산길은 외줄기로 오롯이 걸려있다

 

 

 

 

다소 급한 내리막길로 들어서니 저 아래로 세네스 산장이 보인다

세네스 산장은 산장 중에서도 시설이 고급이라고 책에서 읽었었다....

 

 

 

 

알프스의 순수가 응결되어 꽃으로 피어날진대 그 꽃들을 먹어 만들어진 우유와 치즈는 최고의 식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마다 치즈가 들어간 음식 종류를 보며

" 이건 신 포도야 " 하고 속으로 되뇌인다,

이솦 우화에서 여우가 아무리 애써도 따먹지 못하는 포도를 시어빠진 포도라고 말한 것처럼.......

 

 

 

 

세네스 산장(Rifugio Sennes, 2116 m)

산장에 들러 따뜻한 코코아 차 한잔을 마시며 쉬어간다

 

 

 

 

 

 

세네스 산장 주변에 유럽에서 최고로 높은 곳에 위치한 경비행기 활주로가 있다

지금 걷고 있는 이곳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매사에 과정도 중요하지만 끝마무리가 좋아야 하는 것이다

인생도 노년이 편안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년은 질풍노도의 청춘를 보내고 인생의 이해와 관용을 충분히 터득했기에 조급함이 가라앉는 시기이다

서두를 것 하나 없다는 듯 평온하게 볕바라기를 즐기는 노부부 앞에서 트레일은 우측으로 꺽어든다

 

어제 크로다 델 베코를 다녀온 후부터 우측 무릎에 간간히 통증이 느껴져 스틱에 최대한 체중을 실으며 걷는다

크로다 델 베코 정상에서 한동안 조망을 하며 비바람 때문에 추위에 떨었는데 추위에 예민한 체질탓에 악화된 것 같다

조금 더 기다려 보고 호전되지 않으면 약을 복용할 것이다

 

 

 

 

 

 

포다라 산장(Rifugio Fodara Vedla, 1966 m)에 들러 역시 차를 마시며 쉬어간다

 

 

 

 

포다라 산장 이후 트레일은 비포장 도로를 따라 내려가게 되는데 Val daiTamersc에 위치한 페데루 산장이

보일 쯤해서는 아예 헤어핀 커브로 급강하한다

 

 

 

 

U자형으로 깊게 패인 모습은 오래 전 빙하침식으로 만들어진 계곡이란 것을 보여준다

페데루 산장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들이 빽빽하여 식당에 빈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고도가 낮아져도 어느 정도가 아니다

비엘라 산장의 고도 2327 m에서 페데루 산장의 고도 1546 m 까지 8백 미터의 고도를 단박에 사정없이 떨어뜨린다

오전에 까먹은 고도를 점심 먹은 후 오늘의 종착지 라바렐라 산장까지 가려면 다시 고도를 5백 미터 올려야 하거늘

무릎 통증 때문에 내려서는 길이 반갑지만은 않다

 

 

 

페데루 산장(Rifugio Pederu, 1546 m)

 

 

 

 

돌로미테의 산장들의 맥주,

마셔 보시라

최고다 !!

 

삼취의 맥주라고 정의한다

맥주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는 그런 맥주.........

 

 

 

 

페데루 산장 내부,

한국의 산장도 여기처럼 잠자리, 식사가 불편하지 않게 제공될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보존과 편리함이 양립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의식의 변화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점심을 먹고난 오후 시각 날씨는 화창하고 햇살은 따가운데 지대가 낮은 만큼 기온도 올라 꽤 덥게 느껴진다

배 부르고 나른한데 가야할 길을 쳐다보니 햇빛 하나 가릴 곳 없는 흙무지 된비알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숨가쁘게 느껴진다

" 쎄빠지겠네 "

 

 

 

 

나른함에 땅만 보며 걷다 지면의 열기라도 식힐 겸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니

오전에 페데루 산장으로 들어서기전 내려섰던 헤어핀 커브가 저아래로 멀어져 있다

제법 올라왔나 보다....

 

 

 

 

 

 

 

 

햇살이 나와야 할 날은 흐리더니 오늘같은 날은 좀 흐려도 좋으련만 햇살이 너무 따갑다

 

 

 

 

 

 

 

주변이 온통 키낮은 난쟁이 소나무(dwarf pine)로 가득한 지역을 지난다

 

파네스 왕국의 전설에서 마르모트 왕국이 있는 곳으로 묘사되는 지역이다

파네스 왕국이 마르모트와 동맹관계에 있을 동안은 왕국이 태평성대였지만

욕심많은 파네스 왕이 독수리와 동맹을 맺게 되면서 왕국에는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계기가 된다

 

 

 

 

 

 

온몸으로 은륜을 돌려 세상으로 나아가는 친구들,

노년 건강은 허벅지 근육량과 비례하거늘 하체가 튼튼한 사람은 복 받은 거다

허벅지 키우는데는 자전거가 최고니 나도 자전거를 타야 할까?

 

 

 

 

 

 

 

비엘라 산장을 나선지 7시간이 지나서야 목적지 라바렐라 산장 갈림길에 이른다

갈림길에 세워진 이정표가 땡볕을 피해 다리쉼을 할 수 있게 만든 벤치와 어울려 참 운치있다

라바렐라 산장은 우측길을 택해야 한다

 

 

 

 

 

호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5분 정도 들어가면 좌측의 높은 봉우리 라바렐라 아래 아늑하게 들어선 라바렐라 산장이다

 

 

 

 

 

 

 

 

 

라바렐라 산장(Rifugio Lavarella, 2042 m),

오늘의 트레킹 일정을 끝내고 테라스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밝고 행복해 보인다

걷는 자만이 맛볼 수 있는 그런 행복을 찾아 나도 이곳에 온 것이다

 

 

 

 

산장에서 등산화와 스틱은 방으로 가져 들어가지 못한다

땀에 절어 발꼬랑내 진동하는 등산화는 실내에 들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

따로 만들어진 보관소에 두어야 하니 돌로미테를 트레킹 할 생각이라면 가벼운 슬리퍼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