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12 돌로미테 9 <Alta Via No 1 Trekking Day 7>
경 로 : 티씨 산장(Rifugio Tiss / 2250 m) ~ 바졸레르 산장(Rifugio Vazzoler / 1714 m) ~
트리에스테 산장(Rifugio Capanna Trieste / 1135 m)
거 리 : 10.1 km
시 간 : 3시간 40분
<gps 트랙>
산행 중 gps트랙을 기록하는 이유는 물론 나의 현재 위치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트레킹과 같이 지형이 익숙하지 못한 곳을 걸을 때는 적어도 내가 어느 곳을 걸었는지는 나중에라도 알고자함이다
위 사진과 같이 트랙을 구글 위성지도에 올려놓고 면밀히 살펴보면 모르고 지나쳤던 주변의 봉우리, 도시 이름 등을 알 수 있고
또한 이번처럼 7월 초에 다녀온 트레킹 후기를 한 달이 지난 후 작성하게 될 때도 구글 위성지도를 확대해가며 보고있노라면
지난 기억이 되살아나 후기 작성에도 도움이 된다
AV1을 걷는데 필요한 타바코(Tabacco) 상세지형도는 도엽 3번, 25번, 31번인데
트레킹 중 현지 산장에서 구입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비치된 곳이 없어 구입하지 못했다
후기 작성을 시작하며 지형도를 인터넷으로 구입하느라 지도 45불, 배송비 45불 하여 총 90불을 들였지만
업체의 재고 부족으로 보름이 지나서야 배송되며 후기 작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gps트랙이 없었다면 후기 작성도 힘들었을 것이다
엊저녁 일몰 광경은 구름에 가려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일출 광경만은 어떠할지 궁금해 새벽 일찍 Cima di Col Rean을 다시 오른다
벌써 세 번째 오르는 것이다
여전히 구름은 짙게 내려앉아 일출 광경을 보기가 어려워 보이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만은 저버릴 수 없다
고도 3220 m의 치베타가 구름을 헤치고 나와 새벽을 맞고 있다
치베타 북서벽의 최고 융기 높이는 1454 m이다
암벽등반가에게는 최고난도의 직벽일지라도 나의 눈에는 구름 위에 살포시 올라앉은 모습이
마치 도움닫기 한 번에 쉽게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처럼 보인다
해는 동쪽 방향의 치베타 위로 솟아오를 테지만 치베타 상층부에 드리운 구름때문에 멋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저멀리 들불이라도 난 걸까
더구나 시간이 지나며 구름은 더 짙어져 멋진 일출 광경을 기대한 마음은 실망으로 변한다
어디 이곳만의 일출이 일출일까?
그동안 수많은 일출을 보아왔을지라도 돌로미테의 아침이 붉게 물드는 장관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은 적지 않다
오늘 일정은 트레킹 8 일차이자 알타비아 N.1(AV1)의 7 일차이면서 트레킹이 마무리되는 날이다
치베타의 서쪽 티씨 산장을 출발해 치베타 남쪽을 돌아 트리에스테 산장까지 가는 것으로
점심 식사경에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여행이 끝날 즈음이면 으레 느끼는 감정이지만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는 반가운 마음보다는
늘 반대로 기분이 오히려 가라앉는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자신이 자신의 마음을 모두 잘 알고있다고, 그래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의식세계가 아닌 무의식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본인 마저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추정컨데 돌아가면 곧바로 직장 일에 복귀해야한다는 심적 압박감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럴 때 나 자신을 스스로 달래는 방법은
" 일 좀 하고 곧 또 놀러가면 돼~ "
치베타 산장이 있는 Cima di Col Rean에서 한동안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물기로 질퍽거리기조차 한 초원의 평원지대를 통과한다
뒤돌아 보니 티씨 산장이 어느새 아득히 멀어져 있다
순간 트레킹이 끝나는 아쉬움이 왈칵 일어 애써 생각지 않으려 서둘러 걸음을 재촉한다
줌으로 당겨본 티씨 산장
치베타의 남쪽끝으로 접근하자 엄청난 규모의 큐브(cube)돌이 널려있다
돌로미테의 산신령이 공기놀이를 하다 제대로 치우지 않고 떠난 흔적인 것 같다
지리산의 마고할매는 깔끔이 정리하여 차곡차곡 쌓아두기까지 했는데(공개바위, 공개는 공기의 방언이다).....
치베타의 남단에 이르렀을 때 불끈 솟은 남근바위가 눈앞에 들어온다
순간 동작그만의 차렷자세로 우러러 보는데
토레 베네치아(Torre Venezia, 2337 m)이다
토레(torre)는 `탑`의 의미이다
토레 베네치아는 치베타 산군의 남쪽끝에 위치하였고
융기 높이는 500 미터이다
토레 베네치아가 남단이면서 서단이기도 하여 일명 치베타로 들어서는 문의 서쪽 기둥이라고 한다
토레 트리에스테와 더불어 치베타의 가장 아름다운 두 개의 탑이다
바졸레르 산장(Rifugio Vazzoler, 1714 m)
1시간 50분을 육장 걸어 바졸레르 산장에 들어선다
티씨산장의 고도 2250 m에서 바졸레르 산장의 고도 1714 m 까지 고도 536 m를 떨어뜨리는 동안
중간의 작은 고개 외에는 줄창 내리막 길이다
<사진 오세화>
토레 트리에스테(Torre trieste, 2458 m) - 사진 맨우측
바졸레르 산장에서 다리쉼을 하며 화장실을 다녀온 후 신들메를 고쳐 맨 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산장 앞쪽으로 또 하나의 남근바위가 불거져 있다
" 어라~오늘 비아그라 두 알을 한꺼번에 먹는 기분인데 ! "
토레 트리에스테의 융기 높이는 700 미터이고
치베타의 최남단에 위치하였고 탑중의 탑(Tower of Towers)로 불린다
오르기는 최난도의 암벽등반이다
구름이 산의 그림자에 가려 가장자리만 밝게 빛나 보인다
이런 걸 운식(雲蝕)이라고 해야할까....
평소 운동도 하지 않고 뭉기적거리다 보면 나잇살이랍시고 체중이 오르기 십상이다
여행중 까다로운 식성탓에 본의아니게 다이어트를 당하고 나면 항시 그 체중이어서 근 30년 동안 65 키로 정도이다
글쎄 체성분을 측정해보면 근육량보다 지방량이 좀더 늘었을려나........
바졸레르 산장 이후 종착지 트리에스테 산장까지는 짚찻길을 따라 시종일관 내리막이다
알타비아(AV1)나 뚜르뒤몽블랑(TMB)이나 같은 알프스를 걷는 것이기에 어느 쪽 풍광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굳이 차이를 언급한다면 TMB가 몽블랑을 중심으로 둘레길을 걷는다는 느낌인 반면
AV1은 산속을 걷는다는 느낌이 많다
치베타 산군이 끝나고 좌측으로 새로운 산괴인 모이아짜(Moiazza)를 보며 내려온다
배경으로 토레 트리에스테가 지존의 산으로 보일 즈음 이번 트레킹의 종착지 트리에스테 산장이 나타난다
트리에스테 산장(Rifugio Capanna Trieste, 1135 m)
티씨 산장에서 트리에스테 산장까지 10.1 km를 이동하고 3시간 40분 걸어 고도차 1100 m 내려온 것이다
토레 트리에스테와 트리에스테 산장이 어울린 한폭의 멋진 풍경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팔 일 동안 계속된 돌로미테의 자연풍경 갤러리 감상을 마친다
전통적 AV1(Alta Via N.1)은 Prager에서 Belluno까지 약 120 km의 거리로 9~10일 정도가 소요된다
난 이번 트레킹을 트리에스테 산장까지 걷는 것으로 마무리하지만
윗사진처럼 Schiara를 돌아 라 피사까지 걷는다면 이틀은 더 소요될 것이다
AV1을 걷는데 있어 정해진 시작점과 종점은 없다
트레일 또한 다양한 변이의 선택이 있어 자신의 체력, 시간적 여유에 따라 AV1을 걸을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번 트레킹 동안 트레 치메를 하루걷고 AV1은 칠 일에 걸쳐 브라이스 호수에서 트리에스테 산장까지 걸었다
gps 기록상 트레치메 10 km, AV1 95 km 정도를 걸었고 순수한 고도 상승만 5,600 m였다
<8일 동안의 gps트랙 : 좌측은 AV1, 우측 원형은 트레치메>
이번 여행 10일차는 베네치아 유람이다
어차피 출입국이 베네치아-마르코폴로 공항이기에 다른 곳을 둘러보고 할 여유는 없다
베네치아는 이미 관광으로 다녀오기도 했지만 트레킹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으로 긴장이 풀려서인지 도대체 걷기가 싫다
산 마르코 광장에 느긋하게 앉아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하며 젤라토를 맛있게 먹으며 피로를 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젤라또가 두 개면 혼자는 아니란 말인가 ?.....
걷기 여행은 자연 속으로 몸소 걸어들어가 자연의 평온이 자신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발끝부터 영혼까지 온전한 자유를 맛보는 여행이다
지난 팔 일 동안 매일매일 새로운 풍광의 돌로미테를 접하며
마음속에는 감동의 물결이 흘러 넘쳤고 가슴속은 낭만의 희열로 가득했다
감동과 낭만이 없는 삶은 무채색으로 의미없는 날의 반복일 뿐이다
그러기에 삶은 감동과 낭만으로 가득차야 하고 그런 삶은 나이가 들어도 청춘이다
청춘의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감동과 낭만을 찾는 여행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