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928~29 Tibet 7 <따시델레>
라싸에서 4일 밤을 보냈던 호텔를 나와 칭짱열차를 타러 간다
<라싸 시내>
12시 55분 발 칭짱열차를 타기 전 약왕산(葯王山) 기슭에 위치한 천불암을 둘러본다
<마니석>
천불암 코라를 도는 티벳인
<파드마 삼바바(구루 린포체)>
산스크리트명으로 파드마 삼바바이고 8세기 경 연꽃에서 탄생했다고 전해져 연화생보살이라고도 한다
티벳에 있는 악령들을 누루고 티벳에 불교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했다
빨간 모자를 쓰고 오른손에는 금강저(천둥을 본떠 만든 것으로 견고하여 모든 것을 막고 깨뜨릴 수 있는 무기로
번뇌를 물리치고 깨달음의 지혜를 상징)를, 왼손에는 해골을 사발처럼 잡고 있다
천불 앞에 오체투지 하는 티벳인들
오체투지를 할 때 여자는 이처럼 끈으로 두 다리를 묶는다
여자가 생리로 인해 흘러내리는 피를 부처님 앞에 보이는 것은 불경스런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천불탑
" 당신들은 평생을 채워서 이루려고 하지만 우리들은 평생 비워도 다 못비우고 갑니다 "
`옴마니 반메 훔(Om Mani Padme Hum)` 마니석
`옴마니 반메 훔`은 `온 우주에 충만한 지혜와 자비가 지상의 모든 존재에게 그대로 실현될지라.
즉 연꽃 속의 보석이란 의미` 이다
다양한 종류의 마니차
청장열차(칭짱리에츠어 靑藏列車 Qinhai-Tibet Railway)
칭짱열차는 줄국 칭하성(靑海省) 시닝(西寧)과 시짱(西藏 티벳)의 라싸(拉薩)를 연결하는 길이 1,956 km의 철도노선이다
`21세기의 만리장성`이라 일컬어지는 칭짱열차란 명칭은 칭하성의 칭(靑)과 시짱의 짱(藏)을 조합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원지대를 달리는 `하늘길` 노선으로 2006년 7월 1일 첫 열차가 운행되었다
칭짱철도가 지나는 최고 높이는 5,072 m로 그 이전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켰던 페루 철도의 4,817 m보다 255 m가 더 높다
칭짱철도는 총 2기 공정으로 건설되었다
제1기 공정은 1979년 칭하성 시닝과 거얼무(格尔木)를 연결하는 814 km의 공사로 착공한 지 5년 만인 1984년에 완공되었다
이 구간은 비교적 고도가 낮은 지역이었기 때문에 건설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반면 제2기 공정은 거얼무~라싸 구간의 1,142 km로 본격적 고원 구간이어서 해발 4,000 m 이상이 958 km이고
사계절 내내 얼음이 녹지 않는 동토 구간이 546 km에 달하는 등 영하의 추위와 산소 부족 환경, 기술적 문제 등으로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2001년 6월에 시작되어 수많은 수정과 검토를 거쳐 착공 5년만에 완공되었다
한화 4조원에 달하는 총 300억 위안의 공사비와 10만 명의 인부가 투입되었다
<라싸~거얼무 구간 1,956 km>
내가 탑승한 구간은 라싸~시안 구간의 총 2,864 km로 34시간이 소요되었고 도중 시닝(서녕)에서 한번 열차를 환승했다
열차 안에서 5끼를 먹은 후에야 시안 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라싸 역>
라싸 역 외부 모습을 찍으려 카메라로 촛점을 맞추는데
" 안 돼요 "
역사마저 보안 시설에 해당되는 것인지 젠장~~~
보안 검사는 두 차례 실시하는데 역 광장으로 진입할 때 그리고 역사 안으로 들어설 때의 두 번 받는다
실제 탑승한 구간은 라싸~서안이지만 티켓은 더 먼 거리의 라싸~무창 구간이다
중국내에서도 청장열차표를 구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은 많고 티켓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용을 더 감수하고라도 멀리 가는 티켓이라도 있으면 구해 타고 원하는 목적지에 내리는 것이다
윗사진을 보면 여권번호와 이름(성)이 찍혀 있는데 티켓 구입에 여권과 티벳여행허가서가 필요하다
열차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면 개찰을 하는데 우리나라의 KTX를 탈 때처럼 그냥 시간 맞춰 플랫폼으로 가는 게 아니라
직원의 검표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후 칭짱열차의 경우 열차 안에서의 티켓관리가 꽤 까다로운데
탑승을 하면 승무원이 티켓을 카드로 바꿔주고 하차 시간이 되면 다시 그 카드를 티켓으로 바꿔준다
창짱열차는 승객들이 해발 4,000m를 넘나드는 고지대에서도 적응하도록 갖가지 최신기술이 적용되었다
항공기에서 사용되는 완전 밀폐기술이 도입되었고, 외부공기의 차단에 따른 산소 공급기, 여과기, 공기 조절기 등이 설치되었다
완전밀폐를 위해 문은 2중 공기 압축방식이고 창문은 자외선 차단을 위해 2중 코팅되었다
<4인실 침대칸>
좌석 종류는
4인실 침대(軟臥 뤈와), 6인실 침대(硬臥 잉워), 좌석(硬座 잉쭤)로 나뉜다
나같이 뼈가 무르고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야 당연 4인실 침대칸을 선택해야 그나마 34시간을 버틸 수 있다
4인실은 2층 침대이지만 6인실은 3층 침대인데다 칸막이도 없이 훤히 트였고 협소한 공간에서
3층까지 오르내리기도 불편할 뿐더러 3층 침대에 누웠다 자칫 떨어지기라도 하면 객사하기 십상일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34시간을 의자에 꼿꼿이 앉아버텨야 하는 좌석 잉쭤에 비하면 6인실 침대칸도
호텔 수준이랄 수는 있겠지만.......
<산소 공급기>
고도가 2,800 m 이상일 때 독서등 아래에 있는 2개의 구멍에서 자동으로 산소가 공급된다
따라서 열차 탑승 시간 동안 고소증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뜨거운 물은 항시 공급된다
이 물 덕택에 34시간 동안 5끼의 식사를 오로지 컵라면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열차의 중앙에 식당칸이 있어 식당에서 먹을 수도 있고 승무원이 돌아다니며 판매하는 도시락을 사먹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남쵸를 보러 갔을 때 익히 보았던 녠칭 탕구라 산맥이 한동안 열차를 따라 함께 달린다
식물한계선을 넘은 높이의 이곳 산들은 눈이라도 이고 있지 않으면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맨몸이다
갈색 흙으로 된 산들이 우기에 파인 자국을 주름처럼, 거대한 발자국처럼, 사타구니처럼 드러내고 서 있는 꼴은
황령과 파렴치의 극치이다
딴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게 아니라 딴 천체를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아득하다
야크 방목
춰나호(錯那湖)
안둬(安多)현에 이르러 열차는 한동안 춰나 호수 옆으로 이어진다
춰나는 티벳어로 `검은 호수`란 의미이고 해발 4,594 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담수호이다
면적은 약 400 ㎢
오후 12시 55분 초가을의 라싸를 출발한 기차는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고도를 올려 나갔다
이를 증명하듯 열차 내부로는 어느 순간부터 산소가 유입되며 발생하는 거친 바람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그동안의 고소증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취해 졸음이 몰려왔다
잠간 졸은 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칭짱열차는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한겨울의 세상속을
달리고 있었다
퉈퉈허(沱沱河)
이 가냘프고 고요한 시냇물이 중화민족의 젖줄인 창강(長江 양쯔강)이 된다
546 km 구간의 동토 지역 선로.
선로지반의 안정성과 야생동물의 생태보호를 위해 다리를 설치한 구간이 많다
여름철의 기온상승 및 열차 자체에서 발생하는 열기로 인해 동토의 표면층이 녹아 선로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구간에서는 지반 깊숙이 파일을 박아 지면보다 높게 선로를 설치하거나 암모니아를 지반속 파이프를 통해 흘려보내
동토가 녹지않게 하는 공법이 사용되었다
탕구라 산(唐高拉 Tangla Mountain)
탕구라 산은 티벳어로 `고원의 산`이란 뜻이다
최고봉은 거라단동(格拉丹東)으로 6,549 m이다
탕구라역의 고도는 5,068 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역사이고
탕구라 고개의 고도는 5,072 m로 칭짱열차 노선에서 제일 높고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
탕구라 역을 지난 후 밤이 되었고 이후 창밖 풍경은 칠흙같은 암흑속에 갇혀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다
야생동물 보호용 펜스
다음날 아침 7시 30분 경이 되어서야 어둠이 걷히며 창밖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칭짱열차 중앙 부위의 식당칸
침대칸 통로의 바닥 카펫
유목민 텐트
7세기 송첸감포 시대 티벳(토번)은 중국(당나라)과 거의 대등하게 세력을 겨루는 강대국이었다
당의 문성공주가 송첸감포에게 시집을 간 것은 티벳의 세력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기에
티벳의 요구에 따라 화친정책의 일환인 정략결혼이었다
칭하성 대부분의 땅은 과거 티벳 영토였고 티벳인과 같은 민족인 장족이 모여사는 곳은 현재 장족자치구이다
칭하이후(靑海湖)
중국에서 가장 큰 담수호로 해발 3,204 m이며 평균수심은 19 m이다
창밖 풍경을 깨끗하게 사진에 담으려 어제 라싸에서 열차를 탑승하기 전 창문 바깥을
미리 물티슈로 닦았지만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열차가 동토의 고원지대를 밤새 달리고 나니 유리창 밖에 낀 서리에 먼지가 묻으며 얼룩이 더 끼어
선명한 사진은 기대할 수조차 없다
10시 20분 시닝에 내려 열차를 갈아타고 10시 40분 시안으로 향한다
역시 티켓을 카드로 바꾸고 내릴 때 다시 티켓을 받는다
중국에서 열차 무임승차는 꿈도 못꿀 일이고 혹시 엉뚱한 짓(테러)이라도 벌이려다가는 신분이 금새 들통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이번 여행은 고소증을 어쩌지 못해 육체적으로 다소 힘든 여행이었다
일반적으로 고소증 때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두통은 전혀 없었지만 빠르게 움직이면 숨이 차며 가슴이 두근거렸고
머리가 어질어질한 느낌이 들곤했는데 이런 증상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남미 볼리비아의 고산지대 4,500 m 이상을 여행할 때와 똑같이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벙벙하게 불러지며 식욕을 잃고 시간이 지나며 먹지 못해 처지며 힘이 빠지는 현상이었다
흔히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디아목스 등의 약제도 별로 효과가 없었고 산소흡입은 그때 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데 정작 도움이 된 것은 의외의 것이었던 것 같다
틈이 날 때마다, 심지어 화장실에 앉아서까지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의 `티벳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를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책을 읽는 동안만은 어떤 괴로움도 느끼지 못했다
`티벳에서의 7년`을 간략하면
오스트리아의 등반가 하인리히 하러는 1939년 임신한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 등반에 나선다
등정에는 실패하고 귀국하던 중 세계2차대전의 발발로 인도의 영국군 포로수용소에 수감된다
네 차례의 시도 끝에 포로수용소 탈옥에 성공하여 동료 아우프슈나이터와 함께 희말라야를 넘어 티벳으로 잠입한 후
초인적 의지로 한겨울의 추위와 굶주림을 극복하며 당시 외국인에게는 금단의 땅이었던 라싸에 이른다
현재 인도에 망명중인 달라이 라마가 11세이던 1946년 그를 만나 호기심 많은 그에게 서양 문명을 가르쳐주며
서로 우정을 나눈다
중국의 위협이 점증하며 1951년 티벳을 떠나기까지 1944년부터의 실화를 바탕으로 씌여진 책이다
1952년 출간되었고 이후 1997년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인리히 하러는 일찌기 1938년 스위스 아이거 북벽을 초등했는데 이는 훗날 제목 `흰 거미`로 출판되었다
시안의 호텔 도착으로 티벳여행은 마무리된다
난 여행 중 틈틈이 스마트폰의 달력에 메모를 해둔다
그리고 여행 후기를 쓰고나면 그 메모를 삭제하는 버릇이 있다
티벳여행을 구월 말에 다녀왔는데 그동안 고소증 후유증 때문인지 그때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고싶지 않았고
장시간 모니터를 들여다 봐야 하는 후기 작성이 시력을 자꾸만 악화시키는 것 같아 후기 작성을 애써 피해왔다
그런데 그동안 스마트폰 달력을 볼 때마다 뒤 보고 밑을 닦지 않은 것 같은 찜찜한 구석도 없지 않았다
오늘에야 근 두 달 반만에 메모를 삭제할 수 있어 이제 꺼림칙한 기분도 없을 것이다
티벳 여행을 하고 두 달이 지난 일요일 난 티벳에서 보았던 구름과 하늘만큼의 높은 채도를 가진
흰색과 푸른색을 보았다
막 화장을 끝낸 직후 살점이라곤 하나도 없이 오로지 바스러진 뼛조각만으로 남은 아버지의 유골을 대했을 때
어찌 그렇게 하얗던지 정말 눈이 부실 정도였다
한 줌의 재로 변한 아버지의 영현(英顯)을 그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의 차디찬 땅속에 묻으며 복받치는 슬픔에
흐르는 눈물로 그렁해진 눈으로 올려본 하늘은 내 평생 처음 보는 채도의 시리도록 푸른 하늘색이었다
티벳인은 그들이 죽으면 환생하여 다시 태어난다고 굳게 믿고 있다
티벳의 색깔을 닮은 하늘을 보는 순간 아버지도 티벳인처럼 환생하여 다시 돌아오신다는 암시인 것만 같아
난 흐르는 눈물을 겨우 주체할 수 있었다
아버지 !
평소 호국의 영현으로 남으시겠다고 말씀하시던 당신의 유언만은 받들기 싫습니다
차가운 땅 속에 누워계시지 말고 어서 제곁으로 돌아오세요
제 가슴 속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이 멈출 수 있게 " 지우 애비야 ' 하고 크게 불러주세요
따시델레
(`따시델레`는 티벳어로 `당신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의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