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24~0202 중동 1 <신밧드의 나라, 오만>
여행 기간 : 2020. 1. 24. ~ 2020. 2. 2.
중동의 오만과 요르단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말하니 아내는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 여행할 곳이 다른 나라도 많은데 왜 하필 위험한 중동 지역으로 가려고 해요 " 라고 한다
하기야 얼마 전까지 미국과 이란 사이가 으르렁거리며 서로 사상자가 발생했고
더욱이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하고 있는데다 요르단은 이라크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으니
막연한 불안감에서 하는 말일 게다
이제 나도 나이 들어 아내 말을 수굿이 들을 때도 되었건만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를
한번 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이니 가야지.....
설연휴가 시작되는 1월 24일 새벽 1시 출발의 에티하드항공을 이용해야했기에
귀성전쟁이 시작되는 연휴 전날 늦은 시각까지 인천공항에 도착해야하는 일이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었다
인천 ~ 아부다비 구간을 10 시간 비행 후 아랍 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에 내리고
이어 환승하여 1시간 비행거리의 오만 수도 무스캇에 도착한다
오만이 위치적으로 아라비아반도의 남쪽으로 치우쳐 있고 1월의 평균 기온이 최저 16, 최고 25 도 정도이어서
무스캇공항을 나서는데 한낮 기온이 후끈하게 느껴지는게 한국에서 출발할 때 입었던 겨울 내복부터 벗는게 급했다
무스캇(Muscat)의 로얄 오페라 하우스
무스캇은 오만의 수도로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들 중의 한 곳이다
아랍어로 `신이 바다로 떨어진 곳`이라는 뜻이다
<신밧드의 모험>의 출발지, `중동의 은둔자`로 불리던 오만은 기원전 2000년부터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사치품, 향료 등을 수출하는 기항지 역활을 했었다
<국립박물관>
과거 해상무역 당시 이용되었던 선박
아라비아반도의 남쪽인 예멘과 오만에서 생산되는 유향(Frankincence)이 종교의식 때 사용되며
이를 교역하는 육상 및 해상무역이 발달하게 되었다
육로의 경우 곧 방문할 요르단 페트라를 거쳐 고대 이집트, 시리아 등으로 운반되었고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까지 교역되었는데
페트라는 이런 교역의 요충지로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있었기에 고대왕국으로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술탄의 집무실인 알 아람 궁전
16세기에 건축된 쌍둥이 포르투칼 성채
무트라 수크( Mutrah Souq 시장)
수크(souq)는 아랍어로 시장을 뜻한다
시장 곳곳의 상점에서 피워내는 프랜킨센스 향유의 연기가 시장거리에 자욱했는데
나에게는 그동안 맡아보지 못한 냄새여서 그런지 역한 느낌마저 없지 않았다
작년 2월 이집트 여행 시 보았던 고대 파라오 왕국의 수많은 신전들과 그 규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파라오와 신관들은 왕권과 자기들이 믿는 신들의 신성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이 향을 신전 가득 채웠을 것이다
오만은 질좋은 은이 생산되는 나라인데 은팔찌, 은목걸이 등의 가격이 그저인 수준이다
값은 공짜 수준일망정 심미안을 최대한 집중해 몇 집을 두루는 발품을 판 후에야 겨우 하나를 장만했다
환심을 사야할 그녀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고는 당연 해야하니까
한화로 약 4만원 정도의 굵직한 은팔찌 하나를 샀는데 고급스런 문양에 세련된 형태가 마음에 드는지
그녀가 외출할 때 이 팔찌를 착용한 모습을 자주 보곤 한다
아무튼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대성공이다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Sultan Qaboos Grand Mosque)
카부스 술탄의 왕위계승 25주년을 기념해 1995년 건설을 시작해 6년 후 2001년 완공되었다
술탄 카부스 왕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모스크로 20,000 여명이 동시에 참베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모스크이다
이 모스크를 완성하는데 인도 사암 30만 톤이 사용되었다
미나렛의 높이는 정중앙 90 m, 주변 네 개는 45 m씩
홀의 규모는 가로 세로 74.4 m의 정방형 형태고 높이는 50 m,
바닥은 이란에서 직접 공수해온 페르시아산 카페트로 이란 여인 300 여명이 1억 7천만번의 매듭으로 27개월에 걸쳐 만들었다
카페트의 무게가 무려 21톤으로 현재 아랍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에 있는 Sheikh Zayed 모스크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카페트이다
샹들리에가 가장 눈에 띄는데
높이 14 m, 폭 8 m, 무게 8.5 톤, 육십만 개의 크리스탈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 아부다비의 모스크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세계 최대의 샹들리에였는데 현재 두 번째이다
중동의 부유국들이 석유 팔아 모은 돈이 곳간에 넘쳐나니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 물쓰듯 돈을 쓸 수 있다는 소리인데
엄청난 재력이 좀 부럽기는 하다.....
샹들리에 아래 정중앙에서 올려본 모습
사진에서보다 실제로 보면 그 규모가 정말 으리으리해 아래에서 오래 머물기 겁날 정도이다
자칫 이게 떨어지기라도 하면 내몸이 압축되는 게 야들야들한 종잇장보다 더 얇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브린 성채(Jabreen Castle)
1670년 Yarubid 왕조의 세 번째 이맘인 Bil`arab bin Sultan에 의해 수도를 니즈와에서 자브린으로 옮기며 지어진 성채이다
오만을 통일하고 사회문화적 발전을 추구하면서 지은 성이기 때문에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요새와는 다른 형태인데
오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이다
오만은 다양한 종류의 대추야자가 유명한데 성밖으로 대추야자나무 밭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는 게 보인다
바흐라 요새(Bahla Fort)
수도 무스캇에서 175 km 떨어진 바흐라에 위치한 바흐라 요새는 오아시스를 둘러싸고
굽지 않은 흙벽돌로 쌓은 성벽과 탑으로 구성된 거대한 성채이다
팔라즈(falaj, 수로) 시설과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정착촌의 모습이다
12~15세기 이 지역을 지배하며 향유(frankincence)의 교역권을 장악했던 바누 네한(Banu Nebhan) 족에 의해 지어진 요새로
중세 이슬람 시기 오만 왕국의 독특한 군사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1987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오만은 다양한 종류의 대추야자가 유명한데 성밖으로 대추야자나무 밭이 아주 넓게 펼쳐져 있는 게 보인다
성벽 길이는 총 13 km이다
오만 3일째,
바흐라 요새를 둘러보고 제발샴 하이킹을 위해 짚차로 비포장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비포장도로용 짚차하면 랜드로버로 알려져있지만 실제 전세계에서 비포장 도로 주행용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짚차는
일본 토요타의 랜드크루즈인 것 같은데 승차감, 실용성, 내구성 등에서 단연 독보적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타봤는데 우리 조선의 차가 아니란 게 좀 배 아프지만 어쩌겠는가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비포장도로의 최고 세단인 랜드크루즈를 타고도 요동치는 꼬부랑길을 두 시간 남짓 타다보니 멀미를 느낄 쯤에야
제발샴 하이킹 시작점, 고도 2000 m에 위치한 리조트에 도착한다
차를 내려서는 순간 오싹함이 느껴지는 게 따뜻하기만 했던 그동안의 오만 기후와는 천지 차이이다
제발샴 트레킹(Jebel Shams trekking)
사막 지형이 대부분인 오만에서 동쪽 오만만 쪽으로 바짝 붙어 제발아크다르산맥이 이어지는데
과거 아라비아 대륙판과 아시아 대륙판이 충돌하면서 바다였던 곳이 융기되어 형성된 것이다
제발아크다르 산맥의 주봉이 제발샴인데 해발고도 3005 m로 아라비아반도 동부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이다
제발아크다르 산맥을 감상하며 2억5천 년에 걸쳐 형성된 대자연의 걸작 `아라비아의 그랜드캐년`의 풍경을 만끽하려 함이다
제발샴 리조트(Jebel Shams Resort)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옷을 겹겹이 껴입고 자야만 했다
이동거리 : 9.07 km
시간 : 2시간 52분
제발샴(Jebel Shams)은 `태양의 산`이란 의미이다
산이 전체적으로 붉고 검고 누루스름한 색의 독특한 형태를 띄는데
협곡은 바닥까지는 2100 m에 이른다
과거 미국의 그랜드 캐년 사우스림에서 인디언 가든까지 왕복으로 걸어본 경험이 있는데
지형이 그때 보았던 것과 엇비슷해 오만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 이유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협곡의 깊이 2100 m 저 아래 바닥에 집들이 옹기종기 보인다
한 시간 반 정도 걸어들어가니 그동안 물 한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이 메말랐던 지형에 물이 조금씩 흐르는 계곡이 나타난다
과거 계단식 다랭이밭을 일구고 사람이 살았던 집터 흔적도 몇 채 보인다
협곡은 여기서 부터 급작스레 시작되어 2000 m가 넘는 깊이까지 파였는데 이렇게 쫄쫄 흐르는 물이 무슨 침식 작용이 있어
이억오천 년 동안의 지질층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었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않을 정도이다
단지 장구한 세월의 불가사의한 힘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니즈와 성채(Nizwa Fort)
니즈와는 과거 니즈와 왕국의 수도였다
오만의 포루투칼 식민지를 종식시켰던 야루비(Yarubi)왕조 2대 이맘인 술탄 빈 사이프 알 야루비(Sultan Bin Saif Al Yarubi)에 의해
17세기에 건축된 성채인데 오만의 과거 생활상을 잘 나타내줄뿐 아니라 오만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정치적 격동기에 만들어진 성채이어서 어제 보았던 자브린 성채와는 다른 군사적 방어용 성격을 강하게 띈다
중동에 부는 변화의 바람
오만은 이슬람 종파 중 평화주의를 추구하는 `이바디파`가 주교이기 때문에 종교적 충돌이 없고
석유가 생산되는 나라이지만 산유국 특유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하고 전통적인 아랍의 느낌이 강한 나라이다
더러 개방적인 면도 있지만 아직 남녀의 구분이 강해 거리에서 남녀가 손을 잡거나 껴안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대개 세 명의 아내를 두고 있어 앞서 걷는 건장한 남자 뒤로 세 명의 여자가 쪼르르 따라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대한민국 국적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이 고양되는 것과는 정반대로
" 내가 오만에서 태어났더라면 오죽 좋았을까...." 하고 진한 아쉬움을 토하곤 했다......
건설에 12년이 걸렸으며 독특한 원형의 요새가 특징이다
요새의 높이 24 m, 외경 43 m, 내경 36 m이다
니즈와 수크(시장)
미스파 마을
무스캇으로 돌아오는 도중 미스파 마을 등을 둘러보고 무스캇으로 돌아와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밤 11시 45분 비행기로 1 시간 거리의 아부다비로 가서 환승호텔에서 1박을 한 다음
내일 아침 비행기로 3 시간 거리의 요르단 수도 암만으로 가려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