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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7 토지 책씻이

서영도 2023. 5. 18. 11:38

 
토지 읽기를 지난 5월 1일  마무리했다
처음 읽기 시작한 게 작년 12월 초 림프종 치료를 시작하면서 부터였으니 꼬박 5개월만이다
애당초 토지를 완독할 즈음 나의 림프종에 대한 항암1차치료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항암치료의 횟수가 거듭되며 백혈구 수치가 계속 떨어져 치료간격을 제대로 지킬 수 없었고
따라서 치료 기간이 늘어나 항암치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여태 그동안 다양한 다른 장편소설을 읽었었다
장길산 12권, 임꺽정 10권, 지리산 7권, 태백산맥 10권, 아리랑 12권, 한강 10권, 객주 10권 등등이다
이중 태백산맥, 아리랑, 객주 등은 세 차례씩 읽기까지 했었는데  읽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한 질  20권의 토지를 완독하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총 페이지가 9,000 면을 넘어 적은 양이 아니기도 했지만 책의 면 수보다는 나의 시력이 문제였다
나이 들어 독서하기란 젊었을 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젊었을 때는 웬만하면 이틀에 한 권 정도를 읽을 수 있었지만 나이 들며
노안이 생긴데다 오래 전부터 발생한 녹내장으로 책 읽기가 채 삼십 분을 넘기기 어려웠다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시리고 뻑뻑해지며 침침해져 장시간 집중해서 책을 읽기란 도저히 불가능했다
따라서 시도때도 없이 인공눈물을 넣어 증상 완화를 시도하며 한번에 읽는 시간을 삼십 분 이내로 길지 않게 하여 
애면글면 자주 읽는 수밖에 없었다 
 
지나고 보니 토지를 완독한다는 게 꼭 고통스런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불면증의  밤시간을 보내며, 갖은 고통을 잊기에 책 읽기는 더없이 좋은 치료제였다
나에게 림프종을  안겨준 가혹한 운명의 여신이 일말의 온정을 베풀어

토지를 읽게끔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나의 림프종  타입  특성상 완치되기까지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시난고난할 수밖에 없다
그 시간 동안 다른 읽을거리를  찾지 않는 한 아마도 태백산맥과 객주를 네 번째  읽게 될 것 같다
그 이전에 우선은 토지를 완독한 책씻이부터  해야겠다
토지란 소설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실제 토지를 완독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완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씻이 기념을 해야할 이유는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