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회남재 숲길을 걷는 내내독특한 새의 울음소리가 발길을 붙잡는다사박사박, 네 시간 반을 걸어도그놈의 소리는 줄곧 따라오며 귀를 간지럽힌다일명 홀딱벗고새로 불리는 검은등뻐꾸기의 네 박자 울음소리이다밤꽃이 피어 비릿한 향을 사방으로 퍼뜨릴 쯤 이 새는 '홀딱벗고, 홀딱벗고, 홀딱벗고...' 하며 어서 벗어던지고 몸을 뉘라는 듯 쉼없이 채근하듯 울어댄다제짝을 유혹하려 목청 터져라 부르는 노래라지만 계속 듣다보니 어느새 나의 마음도 싱숭생숭해진다혈기 방장한 시기였다면 진작에 뭔 일을 저지르고 말았을 만큼...야 이놈아제발 情人이라도 좀 구해주고 보채라 !밤꽃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 그대들이여, 절대로 혼자 산에 가지 마시라모름지기 情人의 손을 꼭 잡고 가시라그렇지 않으면 싱숭생숭한 바람만 잔뜩 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