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50502~17 무스탕 10 (추상~묵티나트~좀솜)

서영도 2025. 5. 21. 23:15

 
오늘 일정은 짚차를 타고 이동해 묵티나트 사원을 둘러보고 좀솜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묵티니트로 이동하는 도중 전망대에서 바라본 다울라기리,
다울라기리는 정말 수줍음 많은 봉우리인지 구름 면사포를 쓰고 도대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왼쪽으로 닐기리가 보인다
 

 
묵티나트 사원 입구
 

 
묵티나트 사원(Muktinath Temple) / 3,760m
 
산스크리트어로 `구원의 땅`을 의미한다
현지 티벳어로 `추밍가차(chuming Gyacha)`이며 100개의 샘이란 뜻이다
힌두 사원과 불교 사원의 복합체로 힌두교도와 불교도들이 모두 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108 성수.
 
힌두교도는 이곳 108개의 성수에 몸을 적시면 지난 과거의 업장이 모두 소멸되고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
 

 
8세기 티벳불교의 창시자 구루린포체 파드바삼바바가 영적 깨달음을 위해 이곳에서 명상했다고 한다
 

 
다울라기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옷고름 입에 물고 수줍은 기색으로 문설주에 기대 서서 나를 무던히도 애태웠으나
이제 웬만히 낯도 익고 했으니 옷고름 풀어 나신을 보여줄 때도 되었음이다
오늘 헤어지면 언제 다시 나를 만날지도 모르니  당연 인연의 실타래는 맺어야 하는 게 정리 아니겠는가
인연의 씨앗을 남겨야 내가 다시 돌아올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좌측의 다울라기리(Dhaulagiri / 8,167m) 와 우측의 툭체(Tukuce / 6,920m)
 
8,167m의 다울라기리와 8,091m의 안나푸르나 사이를 흐르는 강이 트레킹 내내 보았던 칼리간다키 강이다
따라서 칼리간다키 협곡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이다
그랜드캐년은 363km에 달해 길이에서는 제일 길지만 깊이는 제일 깊은 곳이 1,600m 정도이어서
칼리간다키 협곡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울라기리

 

 
사진 중앙 상부의 설산이 야카와캉(Yakawa Kang / 6,481m) 이고 
그 오른쪽에 안나푸르나서킷 때 넘어야 하는 고개, 토롱라(5,416m)가 있고,
토롱라 우측의 카퉁캉(Khatung kang / 6,484m)은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샴발라 호텔(Hotel Grand Shambala)
티벳 전통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들린 호텔이다
 
`샴발라(Shambala)`는 티벳어로 이상향의 의미이다
티벳 고대문헌에 히말라야 설산 너머 어디엔가 샴발라라는 신비의 왕국이 있다고 전한다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1933)에 히말라야의 이상향으로 샹그릴라(Shangrila)가 나오는데
이는 샴발라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샹그릴라는 평생 늙지 않고 젊음을 누릴 수 있는 유토피아이다
중국 정부는 1,997년 동티벳 지역의 중덴(中甸)이 소설의 배경인 샹그릴라라고 발표하고
2,001년 아예 샹그릴라로 개명하기에 이르는데 이는 진정한 샹그릴라의 위치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둠바 호수(Dhumba Lake)
 
좀솜 인근의 호수로 무스탕인에게는 신성시 여기는 호수이다
 

 
좀솜(Jomsom)
 

 
좀솜공항.
 
내일 아침 6:30발 포카라행 18인승 비행기를 탈 곳이다
이곳에 올 때 짚차 속에서 한차례 멀미로 고생한 탓에 다시 짚차를 타고싶지는 않다
저녁에 샤워하며 젖은 수건을 걷어러 롯지 옥상에 나가니 돌풍성의 바람이 세차기 그지없다
내일 아침이면 이 돌풍도 잠자고 바람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불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목에 걸린  천주를 매만지며 주문을 걸어본다
`내일 아침은 꼭 바람이 잠자고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하소서`.
 
 

 
좀솜에서의 닐리리 봉 야경
 

 
좀솜에서의 아침 닐기리 
 

 
좀솜에서의 아침 다울라기리
 

 
예정 출발 시각보다 좀 늦어졌지만 나를 태우고 갈 비행기가 포카라에서 날아와
공황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 앉는 것을 보며 안도한다
 

 


황량한 땅으로 대변되는 무스탕은 이번 여행을 통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비롭고 진기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출발 전 사진상으로 언뜻 무채색의 황량한 지형으로 보였지만
실제 트레킹을 하며 들여다 본 속살은 갖은 색깔과 무늬의 형태로 나를 놀라게 하기에 족했다
사진이나 영상매체로는 그 느낌을 결코 재현할 수 없어 직접 두 눈으로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신비의 땅 무스탕 트레킹은 나에게 벅찬 감동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찬란히 꽃 피운 불교문화와 척박한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면면히 소박한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3천, 4천 미터대를 넘나드는 장시간의 트레킹은 육체적으로 다소 힘든 도전이었지만
이를 무사히 극복한 경험은 앞으로 남은 나의 여생에 있어서 커다란 자양분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힘든 트레킹이었던 만큼
내면적으로 얻은 것도 많은 시간인 것 같다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일에 보다 넓고 크게 바라볼 수 있게 된 느낌이다
이는 대자연의 웅장함이 알게모르게 몸속에 스며든 탓일 것이다
 
600여 년 전 건국 이후 외부와의 차단으로 인해 세월의 변화를 비켜왔던
`은둔의 왕국` 무스탕을 여행하는 동안 내내 오랜 과거를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 속에 있었다
이제 여행을 마무리 하고 600여 년 후의 미래 세계로 귀환한다

사유가 얕고 붓끝이 무뎌 보고 느낀 감동의 반의반도 표현하지 못했지만 이상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