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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2 곱슬머리

서영도 2023. 11. 21. 11:12

 
이전에 항암치료로 빠졌던 머리카락이 새로 돋아나며 머리숱이 꽤 검어졌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머리카락이 이전같지 않게 꽤 거칠게 느껴졌다
아침에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카락을 말린 후 빗질을 하는데도
머릿결이 예전같이 가지런히 빗겨지지 않고 꾸불거리며 거칠어진 듯했다
질이 좋지 않은 샴푸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하고  의아해했지만
출근 시간에 쫒겨 그냥 무심히 넘기고한 지 벌써 여러 날이 지났다
 
오늘 아침에도 빗질을 하며 거울에 비친 거친 머릿결을 보는 순간
그동안 깜빡 잊고 지냈던 사실이 문득 생각난다
원래 젊었을 적 나의 머릿결은 다소 심한 곱슬이었다
그런데 나이들면서 자연스레 머릿결이 힘없이 처지고 가늘어지더니 언제부터인지
곱슬거림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기에 곱슬머리란 사실을 오래 동안 잊고 지내왔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머릿결은 거칠어진 게 아니라 원래의 곱슬머리 상태가 다시 되살아나 거칠게 보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근래 들어 머리를 감은 후 수건으로 머리를 털어 말릴 때도
머리카락이 한올도 빠지지 않아 항암치료 후 새로 돋아난 머리카락이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새하얗기만 하던 머리칼이 제법 검어지고, 결도 굵어지며, 숱도 진해지고, 곱슬거림이 다시 나타남은
머리카락이 이전보다 분명 건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니 이는 분명 항암치료의 긍정적 부작용임에는 틀림없다
 
`곱슬머리 옥니박이하고는 말도 말랬다`는 속담처럼 부정적 인식 탓도 아니건만
과거 꾸불거리고 뻣뻣한 곱슬머리가 왠지 싫어 직모를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곱슬머리가 내 건강의 상징인 것처럼 여겨지는 지금에 와서야 곱슬머리를 진정 좋아하게 될 줄이야
이왕지사 회춘할려면 근력이 회복되던지 좀 힘이 세지는 쪽으로 나타나면 오죽이나 좋을까
내일 유지요법 항암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그러고나면 한 열흘 동안은 죽 한 그릇 얻어먹지 못한 것처럼
비실거릴 텐데 당장 일요일 골프 칠 때 내기의 승패부터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