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 Arp Nouva ~ Coumayeur /
경 로 : Arp Nouva(1774m) ~ Refugio Bonatti(2025m) ~ Refugio Bertone(2007m) ~ Courmayeur(1250m)
gps트랙
일정은 이태리 페레 계곡의 Arp Nouva(Chalet Val Ferret)를 출발해 쿠르마유르까지 가는 것이다
어제는 날씨가 흐리고 비가 왔기에 제대로 된 조망을 즐길 수 없었는데 이를 보상이라도 하듯
아침부터 날씨가 맑게 개이고 상큼하여 출발하는 발걸음이 더없이 가볍다
그랑드 조라스(Les Grandes Jorasses) 봉우리가 서서히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사진 좌측 봉우리)
숙소 Chalet Val Ferret가 페레 계곡의 바닥에 위치하였기에 트레킹 초반부터 오르막 사면길을 따라 고도를 올리게 된다
얼마 후 하계용 목축장으로 사용되는 건물이 보이고 나서야 곧추서던 트레일은 서서히 평탄해지기 시작한다
그랑드 조라스,
아이거 북벽, 마테호른 북벽과 아울러 알프스 3대 북벽의 위용을 자랑하는 그랑드 조라스이지만
오늘 일정의 이태리 쪽에서는 동벽과 남벽만 보인다
그랑드 조라스 북벽은 프랑스 쪽에서 볼 수 있다
저멀리 남서쪽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내일 걷게 될 베니 계곡(Val Veni)과 세뉴 고개(Col de la Seigne)가 가늠되고
사진 우측으로 뽀족한 봉우리가 에귀유누와드푀트리(Aiguille Noir de Peuterey)이다
몽돌랑(Mont Dolent, 3829m)이 북쪽 방향으로 사진 한가운데 보인다
1864년 에드워드 휨퍼(Edward Whymper)에 의해 최초로 정복되었다
휨퍼는 이듬해에 마테호른을 오른 것으로 더 유명하다
TMB기간 중 가장 경관이 멋지고 좋았던 날로서 숨이 멎을 듯한 전망이 연이어지는 날이다
트레일이 Chalet Val Ferret에서 일정 고도로 올라선 이후부터는 경사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트레일은 전망이 빼어난 발코니와도 같아 어느 곳에서든 알프스의 모든 영광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감탄과 황홀감 속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드는 구간인 것만 같다
오른쪽 아래로는 극적인 경사를 이루며 아득히 떨어지는 페레 계곡의 거대한 곡선이 유장하고
몽블랑, 그랑드 조라스, 몽돌랑 주변 산괴는 그 바위 장벽의 규모가 거대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인데
계곡에서 거의 수직으로 솟아 끝없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모습이다
그 앞에서 이를 바라보는 나는 그저 한없이 미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랑드 조라스의 헌걸찬 위용(사진 좌측 봉우리),
발기부전 치료제를 선전하는 국내 모 제약회사의 광고에 알프스의 산(Dome) 사진이 등장하는데
그랑드 조라스 사진을 사용해도 손색이 없겠다....
하늘을 저 정도로 뚫고도 당당하니....
다우(茶寓)
필립과 다우
연우, 필립, 다우
몽블랑, 사진 우측
길은 색, 냄새, 소리가 어우러져 사람을 취하게 하는 진한 칵테일이다
다양한 꽃들은 길을 따라 방울방울 색깔을 흩뿌렸고,
소나무, 전나무, 낙엽송을 스쳐오는 온화한 산들바람은 나무들의 신선한 향기를 실어날랐다
이 길을 걷는 모든 사람의 웃음소리는 골을 울리고 산에 반사되어 메아리로 맴돌았다
몽블랑
초원의 짙은 녹색과 건너편 산의 넘실거리는 회색은 정말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다
마치 대규모 연극의 배경무대가 펼쳐진 것이랄까......
누구나 꿈꿀 법한 목가적 풍경도 펼쳐진다
Aiguille Noir de Peutery(좌측)와 Mont Blanc(우측),
몽블랑은 위풍당당한 바위투성이 대산괴 위로 빛나는 햇살을 받아
찬란한 눈의 왕관을 쓴 채 여왕과도 같은 존재감으로 주변을 압도하고 있다
몽블랑 쪽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다
풍경이 너무 장엄하고 아름다우면 인간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경외감 !!!!!.....
보나티 산장(Refugio Bonatti),
보나티 산장은 이탈리아 출신의 등반가이자 탐험가, 작가인 발터 보나티(Walter Bonatti)에서 따온 명칭이다
산장 내부는 카리스마 넘치고 무뚝뚝해 보이는 남자의 인상적인 흑백 사진들로 내부를 장식하여
그의 위대한 성취를 기리고 있었다
보나티 산장 앞 테라스에서
가이드 필립은 베르토네 산장을 향해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난 여기 보나티 산장과 베르토네 산장 간의 또다른 길, 소위 극적인 산세의 조망으로 유명한
몽드라삭스(Mont de la Saxe)능선을 타보고 싶었지만 그저 아쉬워할 뿐이다
멀지 않아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필립을 쫒는다.......
보나티 산장을 떠나며 올려본 모습
이처럼 경이로운 경험을 허겁지겁 끝내버리고 싶지 않은 나의 발걸음 자꾸만 뒤쳐졌고
일행이 보이지 않으면 서둘러 그들을 쫒았다
나를 기다리는 연우,
대자연의 숭고함과 경이로움을 만끽하며 혼자만의 심상에 빠져 걷다보니 나의 진행이 지체되었는데
내가 길을 잃지 않을까 염려했음인지 어느 길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음 씀씀이가 무척 고마웠다,
하지만 난 속마음과는 다르게 장난투로 ' 난 자유로운 영혼이니 토끼몰이 하지마 ~`라고 했다
그렇게 말은 하면서도 이후 기꺼이 그녀의 앞에서 걸었다....
얼마 후 마주친 한국인 관광객이 커플로 착각하고 인사로 건네는 말...
` 참 좋아보입니다 `
이 말에 연우는 아빠와 딸로 착각하고 하는 말이라고 우겼는데
` 무슨 소리야, 내가 모자로 흰머리만 가리면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데 `로 되받았다
소똥밭에 퍼지고 앉아 점심 식단을 펼친다
빵, 샐러드, 햄, 치즈 등으로....
쿠루마유르 Pontal에서 출발하는 skyway의 중간 기착지인 Pavillion du Mont Frety와
정상부의 Punta Helbronner 승강장이 보인다
정말이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장면이다
과거 아직 많은 곳을 여행하지 않았을 적에는 누군가 다녀본 곳 중에 어디가 제일 좋아요 하고 물으면
난 서슴치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마 난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가는 곳마다 모두 새롭고 또 다른 감동이거늘 어찌 상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몽블랑 정상에 구름이 끼었다 개이기를 반복한다
알프스가 히말라야와 다른 점은 이렇게 당일 피크닉 형태로 얼마든지 시간 제약없이 편안히 오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술꾼이라면 ` 그래 부어라 세월이 좀 먹냐` 하고 퍼지고 앉아 하세월을 보낼 수 있는 곳도 알프스이다
보라,
얼마나 평화롭고 여유롭고 느긋하게 인생을, 자연을 그리고 삶을 즐기는가.....
나에게 있어 알프스라고 할 때 떠오르는 장면은 이런 낭만적 모습이다
걸어감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몽블랑의 모습들
베르토네 산장(Refugio Bertone, 1989m)
몽블랑 조망이 정말 멋진 곳에 자리잡았다
1977년 몽블랑뒤타퀼(Mont Blanc du Tacul) 정상 밑에서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산악인 조르조 베르토네(Giorge Bertone)를
기리기 위해 1982년에 지어진 것이다
쿠루마유르가 레고 조각처럼 보인다
당뒤제앙(Dent du Geant)
쿠르마유르로 내려와 올려본 모습으로 `거인의 이빨`이란 의미이다
숙소 Edelweiss에 들러 짐부터 부려놓고 시내관광에 나선다
쿠르마유르를 둘러보고 있자니 내가 이탈리아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작은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세련되고 부유한 곳이란 인상을 받았다
중앙도로 양쪽으로는 고급스런 가게들이 즐비했는데 전반적으로 고상한 느낌이었고 그래서 더 이탈리아적이었다
무거운 배낭으로부터의 해방된 안락감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쿠루마유르(Courmayeur) 시내 모습들.....
필립이 추천하는 젤라또 가게에 들러 개당 3유로의 젤라또 2개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약간의 허기와 갈증을 느끼고 있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