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간 : La Visaille ~ Les Chapieux / 20.5 km / 8시간 20분
경 로 : La Visaille(1660m) ~ Col de la Seigne(2512m) ~ Les Mottets(1870m) ~ La Ville des Glaciers(1789m) ~
Les Chapieux(1554m)
< 상승고도 850m / 하강고도 960m >
gps트랙
일정은 쿠르마유르에서 버스를 타고 베니 계곡(Val Veni)에 위치한 라비사일레(La Visaille)까지 이동한 후
트레킹을 시작하여 세뉴 고개를 넘어 프랑스의 레샤피외까지 가는 것이다
쿠루마유르 버스
라비사일레(La Visaille)에 도착해 버스를 내리는데 베니 계곡 한가운데 위치해 그런지 아침 날씨가 꽤 쌀쌀하다
초반은 길옆으로 주차된 차량이 줄지어 늘어선 포장도로를 따라 근 1시간 정도 걷게된다
고도를 서서히 올리며 뒤돌아보면 저멀리 흰눈을 인 그랑드 조라스 남벽과 그랑 콩뱅이 아득한 원근으로 조망된다
얼마 걷지 않아 더워지기 시작하더니 기온은 곧 초여름 날씨처럼 후끈하게 더워졌다
TMB의 남단에 해당되는 이태리 지역이기에 북쪽의 스위스, 프랑스를 걸을 때와 비교해 당연히 더울 수밖에 없다
TMB트레일에서 옆으로 빠져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미아지 빙하를 보고 간다
미아지 빙하 들머리의 콩발 산장(Cabane di Combal) 옆을 지나 약 10여분 이상 된비알의 모레인을 헐떡거리고 올라서면
발 아래로 미아지 빙하와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미아지 호수(Lac de Miage)
흰눈을 인 그랑드 조라스 남벽
미아지 빙하를 보고 돌아나와 베니 계곡의 다리를 건너게 되고 길은 계곡 좌측으로 이어진다
얼마후 아침에 버스를 타고 이동한 관계로 만나지 못했던 TMB트레일을 만나게 된다
콩발 호수(Lac du Combal)는 말이 호수이지 지금은 빙하가 녹으며 물이 거의 빠져 늪지처럼 보일 뿐이다
TMB트레일에 들어서며 뒤돌아 본 콩발 산장
세뉴 고개에 이르기까지는 따가운 햇빛을 가려줄 그늘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을 것만 같은 트레일이
녹색 융단 위에 느슨하게 풀려있는 실처럼 햇빛에 하얗게 널려 있다
콩발 호수 가장자리로는 마치 완벽한 제방을 일부러 쌓아놓은 것 같은 벽이 보인다
미아지 빙하의 가장자리를 따라 퇴적된 모래와 암석의 부스러기인 모레인이다
곧 열릴 UTMB(Ultra-Trail Mont Blanc)을 대비해 연습함인지 한 여인이 쉬지 않고 뛰어 내 옆을 오고가는데
의기양양한 모습이 마치 자신처럼 뛸줄 모르고 걷기만 하는 날 업수이 여기느라 더 날뛰는 것인지도 모르겠더라....
생물학적 여성일지 몰라도 무척 억세고 강인해 보여 적어도 중성일 것으로 난 의심했다
피라미드를 닮아 Les Pyramides Calcaires로 불리는 석회암 바위산의 회색빛이
청명한 하늘과 대조되어 눈이 부실 정도로 밝게 빛나고
그 기슭에는 엘리사베타 산장(Refugio Elisabetta)이 앙증맞게 자리하고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날씨는 조망을 즐기기에 그지없이 좋다
바로 지척인 것처럼 보이는 저 엘리사베타 산장까지는 과연 얼마나 걸릴까 ?
물론 오늘의 최고점 세뉴 고개는 저 산장을 지나 현위치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곳에 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눈은 거리를 측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번연히 알면서도
더위에 지친 난 빨리 산장까지라도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을 내어 본다
엘리사베타 산장(Refugio Elisabetta)
지난 날의 영광에 비하며 그림자에 불과할지라도 산비탈의 움푹한 곳에 태고의 신비를 품은 채 굳건히 들어앉은
빙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웅장했다
베니 계곡을 따라 세뉴 고개를 향하는 길은 거대한 U자형의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그 옛날 빙하시대(Ice Age)가 끝나고 빙하가 녹아 내리며 침식된 피요르드 지형이란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윗사진을 확대해보니 정상부 리지 상단을 오르는 몇 녀석이 보인다
부디 무사등정에 성공하길 바래본다.....
세뉴 고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지점에 건물 한 채가 보인다
산장인가 하여 들어가보지만 산장은 아니다
La Casermetta라는 개조된 회색 석조 주택인데 테라스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조망을 즐긴다
La Casermetta 건물,
세뉴 고개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국경일진대 이 건물은 과거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파란만장했던 역사를 상기시키는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 건물은 오래 전 이탈리아의 병영이었고 국경수비대의 전초기지였다
2차대전 동안에는 이탈리아 육군이, 당시 이미 독일군에게 패한 프랑스군에 맞서 공격을 개시했던 곳이다
이후 한때 세관이었고, 현재는 박물관 겸 산악환경 및 정보센타로 사용된다고 한다
La Casermetta에서 여태 걸어 올라온 길을 되돌아본 조망,
그랑드 조라스가 약간 좌측에, 그리고 저멀리 그랑콩뱅이 중앙에 보인다
La Casermetta를 떠나 무거운 발걸음을 한동안 옮기는데 저멀리 케른이 보인다
마침내 오늘의 최고점 세뉴고개에 이른 것이다
세뉴 고개(Col de la Seigne)의 돌탑(Cairn) 옆에서
세뉴 고개(Col de la Seigne), 2512m에 자리잡은 안부를 가리키는 이정표는 2m 정도의 커다른 케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이고,
TMB를 프랑스 투르에서 시작해 그동안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 것이다
경관은 숨이 멎을 정도로 장엄하고 아름답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풍광이 앞뒤로 끝간데 없이 펼쳐져 있다
누군가는 이 순간을 `신세계의 발견`이라고 표현했다고 하는데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정말 경이로운 느낌의 새로운 영토가 앞으로는 프랑스, 뒤로는 이탈리아를 마주한 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방향으로 눈을 돌리든 압도적 풍광에 넋을 놓고 그저 멍하니 한참을 바라볼 뿐이다
몽블랑은 뽀족뽀족한 첨봉들 뒤로 희고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드러내며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다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였고 알프스 산군들은 몽블랑을 호위하려는 듯 사방에 펼쳐져 있다
가히 여왕의 대관식이다
몽블랑은 여왕으로서의 존엄함과 위엄을 영원히 간직한 모습으로 그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나는 이 순간의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몽블랑을 뚫어져라 응시하였다
때가 때인 만큼 금강산도 식후경 이거늘 세뉴 고개 아래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빵 한 조각 입에 물고 몽블랑 정상 한번 쳐다보고,
치즈 한번 베어먹고 저 아래 베니 계곡과 그랑콩뱅으로 시선을 돌리고,
과일 한입 물고 세뉴 고개 다시 눈에 담고......
푸르디 푸른 하늘 아래 아득한 섬처럼 떠있는 그랑콩뱅의 아른거리는 봉우리를 향해 마지막으로 진득한 눈길을 보낸다
360도 전개된 알프스의 장엄함에 매료된 나머지 일행들이 세뉴 고개를 내려선 뒤에도 난 한동안 서성거렸다
어느 한 곳 빠뜨리지 않고 시선을 두며 알프스 정령들의 기운을 몸 속 깊이 빨아들이려 심호흡으로 천천히 그리고 깊게 들이 마셨다
경배라도 드려야 할 것 같은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겨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두 번 다시 만날성싶지 않은 절묘한 자연의 조화와 아름다움이 어디 이곳뿐일까마는....
일행들이 시야에서 멀어질 즈음에야 서둘러 그들을 쫒아 내려갔다
그야말로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한 하늘의 코발트빛 푸름은 대지의 초록빛과 서로 너무 강한 대비를 이루었다
알프스 침봉들이 코발트빛과 초록빛의 사이 경계선을 담당하며 자칫 부자연스러웠을 색의 대비를 조화롭게 완성시켰다
트레일은 빙하 계곡(Valee des Glaciers)를 따라 아주 평탄하게 내려간다
난 몇 발짝 걷다 뒤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느라 서성거렸고 그러다 일행이 보이지 않으면 잰걸음을 옮겼다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 필립은 내가 뒤쳐지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고 이는 다음 날 오전 긴장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모테 산장이 내려 보인다
모테 산장(Refuge des Mottets, 1864m)은 낙농장을 개조한 산장으로 글라시에 봉(L`aiguille des Glaciers) 기슭에
한 폭의 그림처럼 서 있었다
산장 바깥에 느긋하게 앉은 여행자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지만
라빌데글라시에와 레사피외 사이의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를 탈 계획이었기에 시간에 쫒겨 통과하게 된다
글라시에 마을(L`Ville des Glaciers)
`빙하의 마을`이란 의미의 마을에서 필립이 아는 한 낙농가에 들러 치즈 공정을 둘러보며 버스를 기다린다
결국은 타지도 못할 기다림이 되었지만....
모테 산장도 들리지 않고 서둘러 라빌데글라시에까지 내려왔지만 성수기가 지난 시기여서
버스운행이 뜸했고 그마저도 미니버스 형태로 운행되고 있어 버스를 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레샤피외까지 약 1시간 걸리는 거리를 포장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걸을 수밖에 없었다
숙소 Auberge de la Nova
레샤피외는 가옥이 대여섯 채 정도밖에 없어 보였고 숙식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곤
오로지 Auberge de la Nova뿐인 것 같았다
빙하 계곡 속에 위치해 있어 전화, 와이파이 등 일체의 통신과는 단절된 곳이기도 했다
식당의 한쪽 벽에 걸린 `와인이 없는 식사는 아침이다`란 글귀에서
내가 있는 이곳이 프랑스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내일은 어떤 일이 또 일어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