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증은 꼭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니다
전신상태가 좋지 않으면 이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높이의 고도에서도 고소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티벳에 도착한 첫날 저녁에 먹었던 샤브샤브로 인해 밤새 복통을 앓고 난 후 고소증이 악화되었다
머리기 맑지 못하고 멍한 게 실수를 연발하는 일이 생긴다
호텔 방안에 들어가서야 짐가방을 호텔 로비에 그대로 두고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가지러 나간다든지
옆에 있는 다른 사람의 가방을 가져가기도 했다
티벳에서의 3일차는 얌드록쵸 호수를 보고 티벳 제2의 도시인 시가체로 이동하는 날이다
출발하기 전 호텔 로비의 소파에 잠간 앉을 때 카메라를 탁자 위에 놓았는데 출발하는 버스를 타러 나서며
짐가방만 챙기고 카메라는 탁자 위에 방치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버스를 한 시간쯤 이동해 도중의 휴게소에 들렸을 때야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찾으러 되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떠나온 호텔에 전화를 해보니 다행이 카메라는 탁자 위에 그대로 있었고 내일 다시 돌아올 때 찾겠다고 보관을 부탁했다
고소증의 후유증으로 거진 치매 상태가 되었음인지 어처구니 없는 실수의 연발에 아무 웃음도 화도 나지 않았다
고소증의 긍정적 효과라면 감정의 변화마저 무디어져 크고 작은 실수에도 아무렇지도 않은듯 평상심의 상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티벳3, 4일차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어서 화질이 엉망이다
얌드록쵸(洋卓雍措 Yamdrok Yumtso,Yamdrok Lake)
티벳어로 `얌`은 상부, `드록`은 목축지, `윰`은 옥, `쵸`는 호수를 의미하는 바 `상부 목축지의 옥빛 호수`란 의미이다
라싸와 장체를 잇는 도로상에 있는데 라싸의 남서쪽으로 100km, 장체와는 90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마나사로바, 남쵸, 라모라쵸와 더불어 티벳인이 신성하게 여기는 4대 성호 중의 하나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전체적 모습이 전갈 형태로 해발 4441 m, 면적 638 ㎢, 남북 길이 72 km 동서 길이 130 km,
평균 수심 30 m, 촤고 수심 60 m이다
별칭으로 `푸른 보석`, `신의 안식처`로 불린다
<라싸, 장체, 시가체의 세 도시와 얌드록쵸>
윗사진에서처럼 라싸와 시가체를 바로 연결하는 빠른 노선의 길을 따르면 얌드록쵸를 볼 수 없고
도중 장체를 거쳐 우회하는 길을 따라야 얌드록쵸를 볼 수 있다
라싸를 출발해 약 1시간쯤 지나면서부터 산길로 접어들고 이후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한참 올라간다
저아래로 티벳의 어머니 강인 얄룽창포(Yarlung Tsangpo)강이 내려다 보인다
캄바라 고개에 이르기 전 전망대,
생긴 모습이 사자를 닮아 `사자견`이라 불리는 티벳 고유의 개인데 덩치가 일반적인 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그런데 생긴 모습과는 다르게 별로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짓지도 않아 그렇게 사나운 것 같지는 않다
사진 촬영은 당연 유료이다
드디어 꼬부랑 고갯길의 최고점인 캄바라 고개가 저멀리 보인다
캄바라 패스(Khamba La Pass or Gampa Pass, 4998 m),
얌드록쵸를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이다
이 고개에 이른 날이 9월 25일이었는데 고도가 겨우 이 미터 모자른 5천 미터이니 당연 바람도 꽤 불고
기온도 뚝 떨어져 두터운 외투를 입었는데도 쌀랑하다
고소증은 여전히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차가운 기온에 노출되니 혈액순환이 더 움츠러들어서인지
조금만 빨리 움직여도 쌕쌕거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사탕봉지 부풀어 오르듯 뱃속도 벙벙해 음식섭취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니 고소증 회복이 더 더딘 듯하다
고개 주변에는 형형색색의 타르쵸가 어지럽게 날리고 있다
얌드록쵸가 티벳인이 성스럽게 여기는 호수인 만큼 고개 주변에는 타르초가 무수히 날리고 있다
타르초(風幡)는 흰색, 노랑색,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의 천에 티벳문자와 문양이 프린트되어 있고 이것을 흰끈으로 이어놓았다
이 다섯 가지 색의 의미는 파랑=하늘(天), 흰색=구름(雲), 빨강=불(火), 녹색=물(水), 노랑-=땅(地)을 상징한다고 한다
티벳인은 바람에 펄럭이는 타르초가 신과 인간을 연결하여 신의 가호를 받게 해준다고 믿고 있다
원경으로 에워싸고 있는 설산이 얌드록쵸 풍광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저멀리 보이는 설산은 티벳인의 4대 성산인 7191 m의 닝칭 캉상(乃欽康桑峰 Mount Noijin Kangsang)이다
무심히 흐르는 구름도 닝칭 캉상봉이 너무 높아서인지 넘지 못하고 그 허리에 걸려 있을 뿐이다
위성사진을 보면 얌드록쵸의 전체적 형상이 흡사 전갈처럼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살표시 부위가 캄바라 고개 전망대이고 좌측으로 7191 m의 닝칭캉상봉이 보인다
나중에 장체로 가는 길에 닝칭캉상봉 남쪽 사면으로 흘러내리는 카뤌라 빙하를 볼 것이다
물빛은 청록색을 띄는데 보는 방향과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보인다
청록빛은 터키석의 색깔인데 티벳인은 여신의 터키석 귀고리가 물속에 흩뿌려져 그렇게 되었다고 믿는다
서 있는 곳의 캄바라 고개가 4998 m이고 호수 수면은 4441 m이다
언뜻 보기에 고도차가 몇십 미터밖에 되어보이지 않지만 실제 고도차는 557 m 이다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인간의 시력은 언제나 거리 판단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티벳인은 약 250 km의 호수 둘레를 따라 순례를 하면 그들의 최고 성지, 라싸를 한번 다녀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며
순례는 행복과 행운을 준다고 믿는다
또한 성호인 얌드록쵸의 물이 마르면 티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물빛이 정말 곱다
얌드록쵸는 설산의 눈 녹은 물이 흘러든 것이다
그렇다면 물속에는 분명 빙하에 의해 침식된 암석 가루성분이 많을 테고 이들에 의한 빛의 산란으로 이런 물빛이 가능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나의 기억으로 물빛이 제일 아름다웠던 곳이 캐나다 로키의 피토 호수(Peyto Lake)였는데 얌드록쵸도 그에 못지 않다
오죽했으면 푸른 보석이란 애칭이 붙었을까만은....
캄바라 고개에서 약 30분 차를 내려오면 길은 얌드록쵸 호숫가를 따라 한동안 이어진다
얌드록쵸는 저농도 함수호(鹹水湖 소금호수)이다
물고기가 엄청 많아 2~3억 kg에 달하는데 이들을 잡아 나누어 준다면 중국 전 국민에게 각각 세 마리씩 줄 수 있을 정도이다
티벳인은 얌드록쵸의 물을 마시면 남자는 건강해지고 여자는 예뻐지고 아이는 똑똑해진다고 믿는다
나도 혹시 건강해질까 하여 밑져봐야 본전이란 생각에 손주걱으로 조금 떠마셔봤는데
여태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고 노화만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내가 티벳인이 아니라서 처음부터 나한테는 적용되는 말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관광객이 모이는 곳이면 으레 사자견이 있다
촬영 한번에 10 ~ 20 위안을 요구한다
봉이 김선달은 세상 도처에 존재하는구만....
티벳의 도로를 차량으로 이동하다 보면 몰이 중인 야크, 양, 말, 소 등의 동물떼를 만나곤 한다
저들도 제 갈 길을 가야겠다는 듯 얼른 비켜주지도 않는다
자칫 사고로 한 마리라도 죽이게 되면 죽인 놈만 배상하는 게 아니라 향후 생기게 될 새끼에 대한 금액마저 요구한다고 한다
그러니 속이 부글부글 끓더라도 다 지나갈 때까지 고분고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티벳인에게 동물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재산이다
가령 야크의 경우 털은 깍아 털옷이나 카펫을 만들고 우유 및 고기는 식용이고 뼈로는 장식품을 만들고 똥은 말려 난방용으로 쓴다
사람이 야크를 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야크한테 기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뤌라 빙하(卡若拉冰川 Kharola Glacier)
라싸와 장체를 연결하는 307번 도로상의 5,020 m 카뤌라고개에서 보이는 빙하이다
장체에서 80 km의 2시간 거리. 라싸에서 190 km의 4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오전 캄바라 고개에서 얌드록쵸의 원경으로 보였던 닝칭캉상봉의 남쪽 사면으로 펼쳐진 빙하로
면적은 9.4 ㎢이고 고도 5,560m 까지 내려와 있다
<적색 화살표 - 커뤌라 빙하, 녹색 화살표 - 캄바라 고개>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백옥같이 하얀 빙하
장체(江孜 Gyantse)
과거 티벳에서 라싸, 시가체 다음으로 큰 세 번째 도시였을 정도로 번성했던 곳이다
부탄, 네팔, 인도로 이어지는 교통의 요지에 자리잡고 있어 무역의 중심이 되었다
해발 4100 m이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카펫은 티벳 내에서도 으뜸으로 쳐준다
티벳 불교의 각 종파가 혼합된 사원인 펠코르 체데가 유명하고 20세기 초 영국군의 침략을 받아 저항했던 장체종이 있다
장체종(Gyantse Dzong)
드종 요새로 부르기도 하는데 `종`은 티벳어로 `성`을 의미한다
티벳에서 가장 잘 보존된 성으로 1390년 바위 위에 지어졌다
1904년 영국군의 침략에 대항하여 격렬히 저항하다 결국 함락되었지만 당시의 활략상을 기려
중국인은 장체를 `영웅 도시`라 부른다
펠코르 체데 사원(白居寺 Pelkor Chode Monastery)
1497년 동부티벳에서 온 얄룽 왕조에 의해 세워졌다
창건 초기에는 티벳 불교의 한 종파인 샤카파에 속했으나 이후 각 종파가 한데 어우러져 발전했다
티벳 사원에 들어서면 으레 마니차가 있다
대법당.
포탈라궁과 조캉사원은 내부촬영이 엄격히 제한되지만 이곳은 유료로 촬영이 가능하다
승리의 깃발.
토론에서 진 스님은 머리를 깍아 머리카락을 이 기둥에 붙인다
애초 스님들 머리카락이 길지 않은데 토론에 졌다고 깍을 머리카락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그래서 요즘은 야크 털을 붙인다고 하는데 이곳 승리의 깃발에는 어찌 검은 털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대법당 왼쪽으로 백색의 거대한 스투파가 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장체의 쿰붐으로 티벳에서 가장 큰 쵸르텐이다
쿰붐은 티벳 불교에서 다층 구조의 수많은 불당 속에 십만개의 부처상이 있는 형태를 말한다
쿰붐은 만다라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티벳어로 `십만불상`을 뜻한다
내부에는 불상 및 불화로 십만 개의 부처상이 있다
네팔의 유명한 장인들이 참여해 건축되었고 15세기 네팔 건축양식의 영향을 받았다
높이 32m의 9층 건물로 108개의 문이 있으며 내부에 76개의 불당이 있다
하부 5개 층은 사각형 구조이고 상부 4개 층은 원형 구조이다
불상이 십만 개라니 중세 티벳인의 신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적지 않게 보이는 남녀합환상은 탄트라불교의 흔적일 텐데 해탈의 순간에 느끼는 정신적 환희의 극치는
성적 절정의 순간에 느끼는 쾌락의 극치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부촬영은 물론 유료이다
6자 진언 `옴마니반메훔`의 마니석
나도 티벳어를 모르니 마니차를 돌린다
그런데 난 불자도 아닌데 이때 뭣하러 돌렸는지 물으신다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 확인해보느라 돌렸다고 대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