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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공원

서영도 2022. 1. 20. 16:31

 

1985년 10월 결혼하여 다음해 2월 군에 입대하기까지

약 4개월을 부산의 서대신동 처갓집에서 산 적이 있다

 

어느 일요일 장인 어른의 안내로 대신공원을 찾아

약 1시간 남짓 산책을 하였고

산책 후 장인은 `양`을 먹어러 가자고 하셨다

난 양은 당연  양고기(sheep)만을 의미하는 줄 알았지

소의 위장 부위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다소 의아해하며 동대신동의 `오막집`을 따라갔었다

 

막상 양을 먹어보니 숯불에 갓 구워낸 고깃맛이 오독오독 씹히는 게

식감이 특이하면서도 아주 맛있었던 기억으로 여태 남아있었다

 

지난 토요일 오전 근무 후

근 40년만에 다시 대신공원을 찾았다

산책길은 이전보다 훨씬 더 잘 정비되어 있었고

지형도를 살펴보니 주변 엄광산과 구봉산을 아우르면

하루 산행코스로도 더없이 좋아보였다

 

그날 함께 걸었던 장인은 고인이 되신지 오래되었고

대신 아들이 동행하여 아내랑 3명이 한동안 산책 후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 오막집으로 갔고 그때처럼 양을 먹었다

 

강산이 바뀌어도 몇번이나 바뀌었을 세월이 흐르며 나의 입맛도 변해

양의 맛이 예전같지 않을 수도 있건만 양은 예전처럼 여전히 맛있게만 느껴졌다

 

산책하는 동안, 그리고 양을 먹는 내내

40년 전의 회상에 젖었음인지 곁의 아내는 갓 결혼했던 시절의 20대인양 느껴졌고

나 또한 20대의 젊음으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을 잠깐일망정 느꼈다

 

착각이 정신건강에 해롭지 않다면 얼마든지 자주 이런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나이 드니 젊었을 시절의 추억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무리 나이들어도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이 많으면 아직 청춘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