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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2 <Two 사랑>

서영도 2023. 9. 12. 16:11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있는 힘을 다하여라 <누가복음 13장 24절>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는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니라"
 
1919년 출판된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Andre Gide)의 `좁은 문(La Porte Etroite)에서
제롬과 2년 연상의 알리사는 어릴 때부터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알리사는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한 절망감과 함께
그녀의 동생 줄리에트가 역시 제롬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자신을 희생하려 한다
알리사는 사촌 남동생 제롬과의 지상에서의 사랑을 단념하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천국에서의 순수한 영혼의 사랑을 완전한 사랑으로 여기고
`좁은 문`을 향해 걸어간다
이러한 알리사의 태도에 제롬을 절망한다 
 
알리사는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지만 마음의 고통은 그녀를 병들게 하고
제롬에 대한 그리움 속에 고통스럽게 요양원에서 죽는다
알리사가 죽고 남겨진 그녀의 일기 속에 알리사의 고통스런 비밀이 드러난다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고 있었고 자신의 행복보다 제롬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내가 그를 사랑하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나는 그를 사랑하고 싶다.
특히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그가 모르게 그를 사랑하고 싶다"
성서에서 말하는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갈 수 없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원했던 것이다
 
환락과 쾌락을 배제하고 청교도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구도자의 고행을 택한 여주인공 알리사는
작가 앙드레 지드의 외사촌 누나이자 아내가 된 마들렌이 모델로 작가 자전적 요소가 짙은 작품이다.
 
한편 같은 사랑 이야기이지만
1857년 출판된 프랑스 작가 귀스타프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Madame Bovary>는
시골 의사 샤를 보바리와 결혼한 엠마 보바리의 이야기로
결혼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환희와 열정을 좇다 로돌프, 레옹 등과 불륜에 탐닉한다
그 과정에서 무절제한 사치와 낭비로 많은 빚을 지게 되고 결국 불륜남에게마저 버림받은 후
독약 비소를 먹고 음독자살로 비극적인 삶을 마무리한다
당시 이 소설은 종교와 양속을 해치는 것이라고 하여 재판에 회부되었으나 무죄로 판결받고
더 유명세를 탄 사실주의 소설의 전형이다
또한 욕망이 좌절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꿈이나 환상을 살고자 하는 성향을 뜻하는
`보바리즘`이란 고유명사가 만들어졌다
 
이 두 권의 소설은 몽생미셀 수도원이 있는 노르망디 지역의 프랑스여행을 계획하며
구스타프 플로베르와 앙드레 지드가 이 지역과 관련되어 읽게 되었다
정작 여행은 지병의 치료일정상 상태가 더 호전되면 가야될 것 같아 포기했었다
 
관능과 환락이 철저히 배제된 알리사의 사랑,
환희와 열정을 추구한 배덕자 보바리 부인의 사랑,
두 사랑 중 당신은 어느 사랑을 택하겠습니까?
죽으면 썩어 문드러져 한 줌의 흙밖에 되지 않을 몸둥아리를 아껴
천상에서의  영혼합일을 이룬다고한들 뭔 소용이 있을까
한편 남녀가 합환의 육정을 나누지 않으면 그 정이 질길 수 없고 깊을 수도 없는 법, 
그렇다고 환락과 쾌락만 좇다 폐인이 되고마는 사랑도 아니될 일이기도 하지만.....

머리로는 '좁은  문'의 사랑을,
몸은 '마담 보바리'의 사랑을 추구하는
제3의 키메라(Chimera)사랑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