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춘삼월이고 중순이다
하지만 추위는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으니
그야말로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고 한 `春來不似春`이다
`春來不似春` 의 유래는 중국4대 미녀의 한 사람인 왕소군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한나라의 궁녀였던 왕소군은 화친정책에 따라 흉노의 선우와 결혼하게 되고
이후 머나먼 북쪽의 이국땅에서 왕소군이 느낀 소회일진대 난 지금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오늘따라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부니 체감기온은 쌀쌀하기까지 해 봄은 여전히 멀리 있는 것만 같으니
이 무슨 청승인지 모르겠다....
하여 오늘 일요일을 맞아 집에 움츠러 있기보다는 내가 먼저 봄을 찾아 떠나보기로 한다
봄의 전령이라면
들판에서는 매화, 산수유이겠지만
산속에서는 단연코 생강나무와 히어리이다
생강나무는 잎이나 가지를 자르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춘기 청소년의 풋풋하고 순박한 사랑을 표현한 소설로 김유정의 『 동백꽃 』이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의 동백꽃은 생강나무를 말한다
김유정의 고향인 강원도에는 붉은 동백꽃이 없을 뿐더러 생강나무를 동백이라 한다
“ 그리고 뭣에 떠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동백꽃은 일반적으로 붉은 색인데 이처럼 김유정이 `노란 동백꽃`이라고 한 건 생강나무인 것이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라고 한 건 생강나무 특유의 냄새를 말한 것이다.
히어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송광납판화라고 불리는데 이는 처음 송광사 주변에서 발견되었고
꽃이 밀랍을 닮은 형태여서 송광납판화라고 불린다
한편 히어리는 순우리말로 유래는 다양하지만 히어리가 발견되는 골짜기가 시오리(15km) 간격이었기에
시오리가 변해 히어리가 되었다는 설명이 가장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강나무 꽃봉우리
<참고자료, 만개한 생강나무 꽃>
2년 전 지금인 3월 19일, 지리산 형제봉과 악양 들판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동쪽에 위치한
칠성봉 아래 골짜기를 찾았을 때 생강나무 꽃과 히어리가 그야말로 골짜기 가득 지천으로 피어
계곡 전체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때의 장관을 잊을 수 없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칠성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계곡으로 접어 들었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며 당연히 피어있으리라 생각한 생강나무와 히어리의 노란색 꽃을
눈이 빠져라 하고 찾아보지만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이 어찌된 일인가?
생강나무와 히어리나무가 새롭게 발이라도 돋아나 다른 산으로 옮겨 간 것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을까
노란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장관에 대한 기대로 한없이 부풀었던 마음은 일순 풍선 바람 빠지듯
쪼그라들어 의기소침 해진다
히어리
<참고자료, 만개한 히어리>
칠성사로 올라올 때 길가 양편의 매실나무 밭에 매화꽃이 거진 피지 않았음을 보면서도 설마 했는데
겨울의 늦추위가 지속되며 꽃의 개화가 늦어진 것이다
적어도 열흘은 더 지나야 히어리의 개화가 시작될 것 같다
겨우 오직 한 개체에서만 갖 피기 시작한 봉우리 상태의 꽃을 발견해 사진에 담고 하는 수 없이 내년을 기약하며
허탈한 발걸음을 터벅터벅 되돌릴 수밖에 없다....
아침 일찍 멀리까지 와서 그냥 허탕 치고 되돌아가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인접한 지리산 둘레길 구간인
축지리 ~ 삼화실재 구간을 걸으며 허탈한 마음을 애써 털어낸다...
산수국
산수유
홍매화
악양면 축지리 文巖松
바위에 걸터앉은 듯처럼 기이한 모양으로 자란 소나무로
높이 12m, 둘레 3m인데 흙에 뿌리를 내린 나무와는 생육 조건이 달라 정확하지 않지만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이다
바위를 뚫고 나온 듯한 소나무 아래로 악양의 너른 들판과 강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그림 같아서
옛부터 시인, 묵객 등 시서화를 즐기는 이들이 이곳에서 시회를 자주 열었다.
형제봉 신선대 구름다리
악양 들판
부부송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0402 무학산(두척동 기점) (0) | 2025.04.03 |
---|---|
250205 무학산(원계) (1) | 2025.02.06 |
정말 (1) | 2020.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