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170617~25 노르웨이 5 <트롤퉁가>

서영도 2017. 7. 6. 00:06

 

 

트롤퉁가(Trolltunga)

 

트롤퉁가는 오다 지역의 링게달스 호수의 북쪽면에 트롤의 혀처럼 튀어나온 해발 1200m의 바위이다

노르웨이의 아이콘으로 2016년 한해 8만 명이 찾을 정도의 관광명소인데

이를 보기 위해서는 쉐게달에서 시작하여 왕복 23km의 하이킹이 필요하다

 

 

 

 

 

물론 이동경로상으로도 최적의 선택이랄 수 있겠지만 모든 일정은 트롤퉁가 트레킹을 중심으로 계획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시차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 비교적 힘들지 않은 쉐락볼튼과 프레케스톨렌 트레킹을 먼저 하고

윗쪽으로 이동하여 하루 정도 휴즈달렌 트레킹의 여유로운 일정을 보낸 다음

노르웨이 트레킹의 하일라이트인 12시간 장거리 트롤퉁가 트레킹을 하는 일정이다

 

젊은 나이라면 어떻게 하든 상관없겠지만 노쇠한 체력에는 체력안배 등 꼼꼼한 일정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 트롤퉁가 액티브(Trolltunga Active) >

 

가이드 리나는 트롤퉁가 트레킹을 안내하는 Trolltunga Active의 소속이다

계절적 요인 및 초행 등으로 가이드가 필요하면 당연 트롤퉁가 액티브를 찾으면 된다

 

 

 

 

 

 

노르웨이는 위도상으로 꽤 북쪽으로 치우친 나라이다

따라서 하절기에는 백야 현상을 보일 정도로 일조 시간이 길지만 나머지 계절은 반대로 일조 시간이 너무 짧다

그러니 트레킹 시기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10/16 ~ 3/18                 :  하이킹 금지

3/19 ~6/15, 9/15~10/15  :  가이드를 동반한 하이킹

6/15  ~ 9/15                  :  개인 자유의사에 따라 하이킹, 즉 최적의 하이킹 시기로 3개월 정도이다

 

 

 

 

상기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초반 1.7km가 고도를 올리는 제일 힘든 구간이고

이후 업다운이 계속되고 왕복 22.8km이다

나의 gps 기록상 총고도상승은 992m

 

 

 

< gps트랙 >

 

 

< 베틀라호수(Vetlavatnet) >

 

숙소를 8:20에 나와 차량으로 트롤퉁가 트레킹의 시작점인 쉐게달(Skjeggedal)에 도착하여

리나로부터 주의 사항을 듣고 9:10경 트레킹을 시작한다

오르막을 얼마간 오른 후 뒤돌아보니 아늑하게 쉐게달에 안긴 청록빛의 베틀라호수가 드러난다

 

오늘같은 장거리 트레킹에서 날씨는 결정적 요인이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트롤퉁가의 조망마저 물 건너 가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변덕스런 날씨 특성상 나중까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출발할 당시 날씨만큼은 화창하고 좋았다

첫날 쉐락볼튼은 실망했지만 제일 중요한 오늘만은 나의 날씨 운을 기대해도 좋을 듯해 보였다

 

 

 

 

 

 

 

 

처음 약 1시간 동안 제일 가파르게 고도를 올리게 된다

과거 푸니쿨라 옆으로 난 트레일이 없어지고 근래 새롭게 트레일이 조성되었는데

아직 다져지지 않아서인지 흘러내리는 물로 트레일이 엉망진창의 진흙탕 상태이고

돌너덜 부위도 많아 걷기에 아주 성가시다

 

 

 

 

첫 번째 된비알은 온통 진흙탕이어서 어디 앉을 만한 곳도 찾을 수 없어 어떻게 하든 올라서고 볼 일이다

돈비알이 끝날 즈음 시원한 계류가 흐르는 넓은 반석이 보이고 땀을 들이며 쉴 공간이 나타난다

식수는 흐르는 물을 그냥 받아 마시면 되니 무거운 물통을 굳이 지고 갈 필요는 없다

 

 

 

한동안 물길이 흐르는 평탄한 지형을 걷게 되는데 주변으로 곳곳에 별장들이 보인다

노르웨이인들은 별장을 가지는 걸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별장 지역을 통과하면 다시 오르막이 나타나는데 경사도 처음보다 가파르지 않고 진흙탕도 아니어서

쉬엄쉬엄 오를 만하다

툭 터여 바람을 피할 곳이 없고 고도가 높아지며 추위를 느낄 수 있어 방한복은 우의와 함께 필수품이다

곳곳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여름철까지 쌓여있다는 것은 이곳이 추운 지역이란 걸 여실히 반증한다

 

 

 

 

 

 

두 번째 오르막을 올라서면 이제부터 힘든 경사는 없다

눈길이 자주 나타나 비척거리며 걸어야 하기에 조심스러울 뿐이다

 

 

 

 

 

 

4km 지점의 안내판에

6월 15일 이전, 8월 15일 이후 13시까지 이 지점을 통과하지 못하면 여기서 돌아가란 경고문이다

 

안내는 하되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다

( All nature based activities are at your own risk )

우리나라는 일몰시간제로 출입구부터 막아버리고, 샛길이라고 단속부터 한다

공단직원을 위한 해외연수가 어쩜 필요한 것일지도.........

 

 

 

 

 

 

 

 

 

 

 

 

 

 

7km 지점을 통과할 즈음 우측 아래 저멀리 링게달스호수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조망이 그럴 수 없이 좋아 한동안 쉬어갈 만하다

 

 

< Ringedalsvatnet >

 

링게달수호수는 수력발전용 댐 건설로 만들어진 호수이다

길이 8km, 폭 1 km, 면적 7 k㎡

 

 

 

 

 

 

 

 

발 아래로는 유려하게 굴곡진 비취빛의 호수가 마음을 빼았고,

눈을 멀리 돌리면 북유럽 동화 속 트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기이한 풍경에 홀려

몸은 피곤할지언정 마음은 천국을 거니는 듯하다

 

 

 

 

  

링게달스호수가 잘 드러날 쯤부터 전면을 자세히 살피면 저멀리 트롤퉁가가 가늠되기 시작한다

사진 중앙의  매끈하게 깍아지른 절벽 바위 좌측에 트롤퉁가가 있다

지척으로 보이지만 1시간 반은 더 걸어야만 하는 곳이다

트롤퉁가 트레킹은 ` a long and demanding hike ` 이다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놀던 트롤들이 햇살을 받자마자 돌로 굳어진 모습들이다

그들중 한놈이 혓바닥을 쑥 뺀 상태에서 굳어버렸기에 트롤퉁가가 생겼을 것이다

Trolltunga는 Troll Tongue(트롤의 혀)이란 의미이다

 

 

 

 

 

 

드문드문 피난처가 보이는데 매년 심각한 상태에서 구조되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한다

 

 

 

 

 

 

트롤퉁가가 좀더 가까워지고 있다

사진 중앙의 대패질을 한 듯 매끈한 바위 좌측 부분에 얼룩덜룩한 점처럼 보이는 게 모여있는 사람들이다

 

 

 

 

아직 사람 키높이보다 더 높게 쌓여있는 눈길을 조심스레 통과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눈과 바위 사이에 생긴 틈이 크레바스처럼 깊어 보여 자칫 빠지기라도 하는 날엔 중상일 것만 같아 보인다

 

 

 

 

 

 

 

 

 

마침내 트롤퉁가에 도착 !

인증샷을 찍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약 삼십 분을 줄을 서야했다

 

 

 

 

 

 

국가별 인종별 다양한 포즈로 인증샷을 찍느라 별의별 포즈를 다 취한다

젊은 여성들은 단체로 윗옷을 벋고 브라자 차림으로 찍기도 한다

시원하게 팬티까지 벗을 줄 알고 지켜봤는데 괜한 헛물만 켰다

삼십 분 정도 기다리느라 움직이지 못하니 덧옷을 껴입었는데도 떨릴 정도로 기온은 차갑다

 

 

 

 

 

 

 

 

 

 

이토록 광활한 대자연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격해 하는 동안 드디어 나의 차례이다

장엄의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왕이 된 듯 최대한 위엄있는 포즈를 취한다.....

 

양팔을 치켜들고 카메라를 향하여

 

 

 

 

뒤로 돌아

 

 

 

 

도약

 

 

 

 

 

 

 

끝 모서리에 걸터앉기,

트롤퉁가의 가장 끝에 앉았지만 카메라 위치가 후측방이기에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해발 1200m이니 떨어지면 바로 또다른 세상과의 조우이겠지만  그닥 무섭지는 않다

 

 

 

 

모서리에 앉았을 때의 기분은 다른 묘사가 필요하지 않다

한마디로 짜릿한 기분을 표현하면

" 끝내준다 "

 

 

 

 

마지막으로 아래 한번 쳐다보고

 

 

 

 

더이상 잡을 포즈가 없어 물러난다...

 

 

 

 

 

 

트롤퉁가 바로 옆으로 이동하여

트롤퉁가 인증샷 찍으며 벗었던 재킷을 추워 다시 껴입고

 

 

 

 

 

 

 

 

 

 

 

찍을 만큼 찍었으니 돌아가야 할 때이다

트레킹에서 가이드를 앞서 걷지는 않는 게 기본이다

가이드는 자신이 안내하는 일행 모두를 책임져야 하기에 빨리 걷지 못하는 사람의 속도에 맞출 수밖에 없다

도중 자주 멈추니 추워져 가이드 리나한테 이야기하고 그녀의 시야를 벋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앞으로 나아가곤 했다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하룻밤 지낼 정도의 배낭만 짊어진 채 이제 하이킹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시간 상으로 직장 퇴근해 저녁 먹고 슬슬 올라오는 사람들로 추정된다

한국의 산이라면 하루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잠자리를 구축할 시간에 이들은 하이킹을 시작하는 것이다

 

한밤중이라도 어두워지지 않으니 걸을 만큼 걷다 적당한 곳에 잠자리를 펴고

한숨 자고 일어나 일찌감치 트롤퉁가에 다녀오는 것이다

각국의 사람들이 몰리는 시즌에 복잡한 시간을 피해 아주 느긋하게 하이킹을 즐기는 것이다

 

 

 

 

산재한 별장들이 보이면 쉐게달 주차장까지 약 1시간 거리이다

 

아직 날이 훤하니 밤인 줄도 모르고 걸었는데  쉐게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21:10 이다

오전 9:10 에 트레킹을 시작해 주차장 도착 시간도 밤 9:10 이니 딱 12시간, gps기록상 23km을 걸었다

일행들의 속도에 맞추다 보니 지체되었는데 혼자 걷는다면 10시간 정도면 족했을 것이다

 

빨리 걷는 것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제대로 잘 보고 많이 보는 게 더 중요하니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좀 추웠다는 것 빼고는 날씨가 내내 맑았다는 게 정말 다행한 일이었다

날씨 운 좋다는 말을 이제부터 다시 뇌까려도 될 성싶다....